이명박 대통령은 2010년 마지막 날인 31일 전격 개각을 단행함으로써 이명박 정부 집권 4년차의 진용 구성을 서둘러 매듭지었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출입기자와의 송년회 자리에서 "원래 인사를 새해 초에 하려고 했는데 인사를 둘러싸고 언론 등의 관심이 높은 점을 고려해 앞당겼다"며 "우리는 일하는 정부다. 마지막 떠날 때까지 헌신적으로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이번 12ㆍ31개각이 '일하는 정부'에 초점이 맞춰졌음을 시사한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설명했다.
◇측근인사 대거 컴백=이에 따라 이 대통령은 이번 인사에서 '마지막까지 함께 할 만한' 측근인사들을 대거 장관급에 포진시켰다.
우선 감사원장에 정동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지식경제부 장관에 최중경 경제수석을 내정해 가까이서 손발을 맞춘 참모를 내세웠다. 또 친이(친이명박)계로 분류되는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내정했다.
여기에 이 대통령과 운명을 같이한다는 의미로 '순장조'라고 불렸던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 박형준 전 정무수석이 각각 상근 특별보좌관인 언론특별보좌관과 사회특별보좌관으로 복귀했다.
또 지난 대선에서 이 대통령이 후보시절 외곽조직인 선진국민연대를 이끌었던 김대식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은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으로 기용됐다.
12ㆍ31개각이 '친정강화'로 귀결된 것은 집권 4년차로 접어드는 내년 레임덕을 방지하면서 그동안 추진해온 친서민ㆍ공정사회 등 핵심 국정운영 가치와 4대강 사업 같은 국정과제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이번 인사를 전격적으로 앞당긴 것은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일 중심' 사고에 따른 것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돌연히 단행한 대폭적 인사를 통해 이날 종편 및 보도채널 발표 결과에 대한 반발을 누그러뜨리려 했던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됐다.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은 브리핑에서 "대통령은 올 한해를 마무리 지으면서 인사요인도 함께 마무리 짓고 가자고 한 것"이라며 "새해에 새로운 출발, 산뜻한 출발을 하기 위해 판단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종편과 이번 인사와는 어떠한 인과관계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청 "능력 위주", 야 "돌려막기"=청와대는 이번 개각의 최우선 고려 대상은 업무능력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12ㆍ31개각은 철저하게 '일하는 정부'라는 개념에 집중해 인선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장ㆍ차관 및 장관급 인사들의 전문성을 자세히 설명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최중경 지경부 장관 내정자는 재무부(현 기획재정부)에서 근무를 시작한 정통 경제관료 출신으로 경제정책과 실물경제, 국제경제 분야를 망라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외국과의 경제협력 확대, 국내 산업지원 등의 업무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는 기획재정부 전문 관료로서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 제정에 주도적 역할을 하는 등 소비자 및 서민 보호에 적임자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 내정자도 지난 1990년대 옛 재정경제원(현 재정부)에서 부동산특별대책반장과 금융실명제대책반장을 지낸 바 있어 빼어난 실무능력이 높게 평가됐다.
정 문화부 장관 내정자는 현재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으로서 3선 동안 내리 이 분야의 상임위만 맡은 전문성이 인정됐고 김영란 전 대법관은 30년 가까운 법조인 생활과 대법관 시절 소수 의견을 많이 냄으로써 약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에 따라 국민권익위원장에 내정됐다고 청와대는 덧붙였다.
특히 김 전 대법관은 최근 대학으로 자리를 옮긴 점 등을 들어 고사했으나 임태희 대통령실장의 '삼고초려' 끝에 수락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향후 추가 인사에 대해서도 국면전환용 인사는 없다고 재차 밝혔다. 홍 수석은 "인사는 요인이 있으면 그때그때 적절한 시기에 한다는 게 대통령의 인사원칙"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은 이 대통령의 이번 인사를 '회전문 인사'라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영등포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개각발표 전에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이 명단을 연락해왔다"며 "국민을 위한 개각이 아니라 측근을 위한 전형적인 회전문 인사라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도 논평에서 "길게는 6개월 가까이 끌어왔던 연말 찔끔 개각도 역시나 끼리끼리 인사, 돌려막기 인사에 머물고 말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