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현정은 회장의 의지

"해운·대북사업만은 지킨다"

현대로지스틱스 지분매각으로 현대그룹 자구안 사실상 마무리

금융·물류사업 과감한 포기로 유동성 위기 탈출 발판 마련



'해운과 대북사업만은 지켜냈다.'

현대그룹이 현대로지스틱스의 매각을 완료하고 자구안 대부분을 마무리한 데 대한 재계의 평가다. 금융사업에서 철수하고 물류사업도 매각하는 아픔을 겪으면서도 이들 두 사업에 대해서만큼은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그룹의 모태인 해운과 남편인 고 정몽헌 회장의 유지였던 대북사업만은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현정은(사진) 회장의 강한 의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그룹은 지난 17일 일본계 금융회사인 오릭스 코퍼레이션과 현대그룹이 공동으로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보유 중인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전량인 88.8%를 6,000억원에 매각했다고 밝혔다.


현대그룹은 이로써 지난해 12월 밝힌 3조3,000억원의 자구안 중 6개월여 만에 80%가량을 마무리했다. 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현대그룹이 명분보다는 실리를 앞세워 선제적인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 빠르게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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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은 그룹의 핵심 분야로 수익은 크지 않지만 현금창출 능력이 높았던 금융 3사(현대증권·현대저축은행·현대자산운용)를 과감히 포기했다. 현대로지스틱스도 당초 기업공개(IPO)를 통해 상장한 뒤 경영권은 유지하려 했으나 더 많은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매각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매각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수익이 더 컸고 때마침 오릭스가 생각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했다"면서도 "최고 경영층의 빠른 사고 전환이 있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현대그룹은 2000년 현대건설을 지키려다 그룹 전체가 위기를 겪고 결국 현대건설과 현대전자 등 주력 회사까지 팔아야 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당시 현대건설과 현대상선의 일시적 어려움만 극복하면 되는데 굳이 우량 계열사를 매각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다 위기에 빠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현정은 회장은 일부 계열사를 도려내면서까지 주도적인 자구책을 마련하고 실행에 옮기며 과거의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현대그룹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모태사업인 현대상선을 지키고 남편인 고 정몽헌 회장의 꿈이었던 대북사업을 담당하는 현대아산을 포기하지 않았다. 매각대상으로 불렸던 현대종합연수원을 남겨둔 것도 새로운 도약을 위한 조치다.

현대그룹은 당초 자구안으로 제시한 것보다 훨씬 강도 높은 방안들을 선제적으로 실행해 유동성을 확충하고 부채비율을 크게 줄이는 등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앞으로 시장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고 성장의 발판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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