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만-기회인가 위기인가(홍콩반환 원년)

◎“홍콩역할 대신” 국제화전략 시동/동아경제 중심지화 「APOC」 추진/금융선진화·동남아진출 “잰걸음”/중 대만흡수 「가랑비 정책」불변… 미래 불투명최근 대만 행정원 주계처는 지난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수정, 발표했다. 지난해 초 이 기관이 추정한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6.36%. 그러나 대만 총통 직접선거를 전후한 지난 3월 중국의 대만을 향한 군사훈련으로 양안관계가 악화, 당초 예상보다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커지면서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5.7%로 급락했다. 지난해 대만정부는 이자율, 지급준비율 인하 등 금융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에 애썼지만 양안위기로 자본이 대량 유출되고 수출이 격감하는 것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95년 국내경기 위축에도 불구 전년비 20% 급증하며 경제성장을 주도했던 수출이 지난해엔 3.2% 상승에 그칠 전망이다. 이처럼 정치문제에 경제가 휘청거리는 현실은 대만이 정치에서뿐 아니라 경제도 중국과 밀접한 관계에 있음을 잘 말해준다. 양안 무역총액은 79년 7천7백80만달러에서 85년 10억달러, 91년 50억달러를 각각 돌파했고 95년에는 2백9억9천만달러에 달해 그 규모가 눈덩이 구르듯 빠른 속도로 부풀고 있다. 양안간의 긴장에도 불구 지난해 초부터 10월까지의 교역액도 전년동기 2.6% 늘어나 여전히 증가추세에 있다. 중국은 홍콩에 이어 대만의 두번째 교역상대다. 대만에서 본토로 나가는 물품은 전자제품과 부속품이 대부분이고 본토에서 들어오는 물품은 농수산물과 원자재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물론 대만당국이 중국과의 직접교역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이 홍콩을 통한 간접무역이다. 본토 투자도 활발하다. 95년 한해만 32억달러. 중국측 통계에 따르면 79년에서 95년까지의 대만의 본토 투자액은 2백억달러에 이른다. 중국에 대한 투자면에서도 대만은 홍콩에 이어 두번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대만 경제부에 따르면 본토 투자액이 95년 10억달러로 중국측 통계와 엄청난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이같은 차이는 중국이 『그만큼 투자환경이 좋으니 어서 오라』는 식으로 대만기업의 본토 투자액을 부풀리는 데도 원인이 있겠지만 대만기업 상당수가 대만정부의 승인없이 법망을 피해 중국에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부 국제무역국의 정향아 과장은 『대기업의 대규모 본토 투자는 눈에 띄기 때문에 정부가 통제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들이 3국을 통하는 등의 본토진출은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말한다. 잘 알려진 대로 대만은 중소기업의 나라다. 전체 대만기업의 93%가 중소기업임을 감안할 때 대만당국의 통제가 한계가 있으리라는 것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더욱이 지난 87년부터 개인은 5백만달러, 법인은 1천만달러까지 자유롭게 반출입할 수 있는 상황이다. 중국 남부 광동성에 컴퓨터 모니터 공장을 가동중이라는 중소기업 제너 인더스트리의 화동 총경리(사장)는 『정부가 대만기업의 대중국 투자를 통제하는 것은 형식에 불과하다. 굳이 3국을 통하지 않고서라도 중국진출 기존업체 인수 등 법망을 피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고 잘라 말한다. 대만은 홍콩을 대륙과의 중개무역 거점이자 인적교류의 관문으로 활용해 왔다. 이제 홍콩반환에 대비, 대만은 중국에 대한 지나친 경제의존도를 탈피하면서 동시에 홍콩을 대체할 동아시아 경제권의 중심기지로 거듭나려 하고 있다. 남향정책과 「아시아 태평양 운영센터(APOC:Asia­Pacific Regional Operation Center)」가 그것이다. 남향정책은 그동안의 중국편향 투자에서 벗어나 동남아시아와 멀리는 남미까지 투자의 범위를 넓히자는 전략이다. 양안관계에 일희일비하며 경제를 내맡기기에는 너무 위험성이 크다는게 대부분 대만 경제인들의 생각이다. 현재 동남아시아 투자는 인도네시아에 81억달러 등 총 2백74억달러에 이른다. 대한무역진흥공사 안재건 대만 무역관장은『지난 몇년간 베트남에 집중 투자, 대만은 40억불을 투자하며 베트남내 2위 투자국으로 부상했다』고 말한다. 정부는 베트남 하노이에 공업개발구기금회를 구성, 하노이 공업개발구에 진출하는 대만기업에 차관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엔 필린핀 수빅만에 대만공업단지를 건설중이다. 남향정책이 중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는 소극적인 성격을 띠는 반면 APOC는 대만을 아태지역 경제활동의 기지로 만들어 역동하는 동남아시아 및 중국, 기타 아태지역 시장 개척을 위한 이상적인 환경을 조성한다는 21세기 경제정책이다. 중국이 홍콩인수 후에도 홍콩에 자본주의 체제를 온전히 유지시키겠다고 공언하지만 대만은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대만은 21세기가 아시아 태평양시대가 된다는 확신아래 홍콩을 대체할 아태지역의 중심기지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APOC은 95년 초 정식공표된 대만의 21세기 경제 청사진이자 행정원 경제건설위원회 산하조직으로 출발한 태스크 포스를 부르는 이름이기도 하다. APOC은 6대 운영센터 건설과 사회간접자본 확충이 골자다. 제조, 해상운송, 항공운송, 금융, 통신,미디어 등 6대 분야를 선진·첨단화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APOC의 6대 센터 가운데 가장 가시적으로 실현되고 있는 것은 해상운송센터. 고웅항을 주항으로 선정, 역외 운송센터로 발전시키는 한편 기륭과 대중항을 보조항으로 육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현재 고웅항의 수용능력이 홍콩이나 싱가포르항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임을 감안, 상당한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대만은 지금 외교적으로 고립돼 있다. 수교국중 유일하게 국제적 위상을 갖추고 있던 남아프리카공화국마저 최근 대만과의 단교를 선언하고 나섰다. 남아있는 20여개 수교국들은 국제사회에서 좀처럼 이름을 들어보기 힘든 국가들이다. APOC을 발판으로 국제적 위상을 높임으로써 이같은 수세적 상황을 돌파하고 더 나아가 아시아·태평양 중심기지로 부상하겠다는 것이 대만의 계산이다. 홍콩반환을 계기로 홍콩에 아시아지역본부를 두고 있는 세계 유수의 대기업들을 끌어들임으로써 양안위기로 얼룩진 정치적 불안을 경제 안보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안재건 대만 무역관장은 『세계적인 특송업체인 페덱스가 아시아지역본부로 대만을 선정하는 등 APOC의 성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고 말한다. 대만은 중국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국제 무역국 정향아 과장은『홍콩반환 이전 홍콩을 통한 간접무역을 합법화하는 대륙투자법안이 의회에 상정됐다』고 말한다. 이미 반환후에도 홍콩과의 항공노선을 그대로 유지시키기로 하는 협정을 체결해 논 상태다. 홍콩반환을 계기로 그동안 막혀왔던 3통(통상, 통항, 통우)을 재개하겠다는 것이다. 대만 사범대에서 대만경제를 공부하고 있는 성교상씨는 『중국은 대만의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를 심화시킴으로써 홍콩처럼 대만을 흡수시키는 「가랑비 정책」을 취하고 있다』고 말한다. 대만은 자신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대만은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를 지속시켜 나가는 실리를 추구하는 한편 APOC을 통해 그들 나름대로의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대북=이병관> ◎인터뷰/정향아 5조 과장/대만 경제부 국제무역국/“홍콩 통한 대중무역 지속할것” 대만 경제부 국제무역국에는 지역별 무역을 담당하는 4조가 있으나 별도로 대중무역을 전담하는 5조가 있다.대만이 대중국관계에 부여하는 비중을 보여준다.따라서 홍콩반환을 앞둔 이 시점에서 대만경제계의 관심은 5조의 홍콩무역전담팀에 쏠려있다.그래선지 정향아과장은 인사를 마치기가 바쁘게 홍콩반환을 들고나와 기자의 수고를 덜어준다. ­올해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다. 그동안 대만은 홍콩을 통해 중국과의 간접무역, 투자를 해왔는데 홍콩이 반환되면 대만정부의 3통(통상, 통항, 통우)불가 원칙이 깨지는 것 아닌가. ▲중국측이 반환후에 홍콩을 특별행정구로 지정, 국방 외교분야만 관여할 것임을 밝혔다. 따라서 홍콩에서 사실상 대만의 무역대표부 역할을 하고 있는 원동무역복무중심의 역할은 지속될 것이다. 대만정부는 홍콩반환이전 홍콩을 통한 간접무역을 합법화시키는 대륙간접투자법안을 마련, 국회에 제출해 현재 계류중이다. ­중국과 대만정부측이 발표하는 대만기업의 중국투자액이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대만 대기업들의 중국투자는 정부에서 통제가능하나 중소기업들은 3국을 통한 간접투자 등 법망을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아 실제 투자액수를 파악하기 힘들다. 중국과 대만이 발표하는 양수치의 평균이 실제 액수에 가깝다고 보면 될 것이다. ­홍콩은 물론 중국정부는 대대만 관계에 있어 정치와 경제는 완전히 별개의 것이라고 보고 있는데. ▲중국과 대만간 경제교류는 현재 양측의 민간경제단체인 해협회와 해기회(대만해협교류기금회)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양 민간단체가 무역 투자에 관한 보장협정을 맺고 있으며 대만정부는 이에 대해 원칙적으로 관여하지 않고 있다. 다만 대만정부는 중국에 편향돼있는 경제교류를 대만기업들이 동남아 등 타지역으로 분산시키기를 바라고 있다.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커지면 지난해 경험했듯이 양안위기 발생시 대만경제는 타격을 입기 쉽다. ­대만정부는 대만기업의 대중국 투자허가 업종을 유통 금융 등으로 확대하고 있는데 앞으로 이같은 완화추세가 계속될 것인가. ▲유통 금융에 관한 중국측의 법규가 미비해 사실 대만기업들의 진출이 어렵다. 중국정부의 제도개선에 맞춰 신중하게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중국정부가 홍콩반환시 구상하는 1국가 2체제는 궁극적으로 대만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데. ▲중국정부의 정치체제가 바뀌지 않는 한 1국가 2체제는 성립될 수 없다. 홍콩을 대만과 동일선상에 놓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우리는 평화통일만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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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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