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새해를 에너지부국 원년으로

안병원 <대한석유협회 회장>

희망찬 을유년 새 아침이 밝았다. 올해는 우리나라가 일제 치하에서 해방된 지 60주년이 되는 해다. 우리는 해방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일어난 전쟁의 폐허를 딛고 오늘날 경제규모 세계 11위, 에너지소비 세계 7위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했다. 그 과정에서 산업의 혈액 석유는 오늘을 있게 한 견인차로 평가받아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석유는 우리에게 많은 시련을 줬다. 지난 70ㆍ80년대 제1ㆍ2차 석유위기, 91년 걸프 전쟁, 그리고 2003년 이라크전쟁. 그때마다 석유가 없는 서러움을 톡톡히 맛본 우리는 지난해에도 사상 최고의 유가 급등으로 3차 오일 쇼크와 스테그플레이션의 우려마저 제기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한해를 보냈다. 다행히 국제유가는 최근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앞으로도 세계경제의 화두인 중국을 비롯한 주요 소비국의 세계 석유수요가 공급을 압도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라크 등 중동 지역과 러시아ㆍ나이지리아 등 산유국의 정정은 여전히 불안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난해 초 석유감산으로 유가급등을 촉발했던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올해 초에도 추가감산을 통해 유가를 끌어올리려 하고 있다. 고유가 추세는 이제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기본적인 ‘팩터’다. 저유가를 통한 경제성장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됐다. 국회 예산 정책처의 ‘2005년도 예산안 분석’에 따르면 미ㆍ일ㆍ중 등 세계 9대 석유순수입국 가운데 4위인 한국은 경제구조적 안정성과 석유자급을 따지는 장기 대응능력에서 최하위인 9위를 기록했다. 서둘러 고유가에 대비한 체질 강화와 더불어 석유 안정공급을 위한 정부의 획기적인 법적ㆍ제도적 지원과 확고한 에너지안보시스템 구축을 최우선적인 국가과제로 추진해야 한다. 최근 정부도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 듯하다. 정상외교를 통해 자원확보에 범정부적 노력을 경주하고 있고 지난해 11월 국무회의에서 국가에너지위원회 설치가 핵심인 에너지기본법을 의결했다. 명실공히 국가에너지안보를 담당하는 최고 의결기관인 국가에너지위원회가 조속히 가동될 수 있도록 제반 후속조치가 서둘러 시행돼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자원에너지 분야 대통령 정책보좌관을 둬 대통령이 직접 에너지안보를 챙겨야 한다. 또한 에너지 부문을 전담할 독립적인 정부조직을 구성해 에너지자원 확보 전략을 종합적으로 수립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근본적인 석유 안정공급을 위해 현재 3%에 머물고 있는 원유자급률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 정부는 10%선 확보시점을 당초 오는 2010년에서 2008년으로 앞당겨 추진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를 위해 민간기업의 참여가 필수적이고 막대한 자금과 리스크가 수반되는 사업인 만큼 민간기업에 대한 자금지원 등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지금 세계는 국가 명운을 건 석유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정치ㆍ경제ㆍ군사 등 국제질서는 석유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양상이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제국주의시대로 회귀하는 듯한 최근의 움직임은 국가동력을 이끌 석유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세계 강대국의 국가원수가 직접 에너지외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제1ㆍ2차 석유위기와 지난해의 에너지위기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2005년이 21세기 석유자원 부국의 원년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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