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11월 30일] 지킬 건 지켜라

일단락된 줄 알았더니 아직 아니란다.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라고도 한다. 전초전부터 꼴불견이더니 지금도 전혀 달라진 게 없다. 서로 '돌아올 수 없는 강'으로 떠밀고 있다.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광경이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다. 누구 하나 무너져야 끝날 성싶다. 치고 받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소송이라는 극단적인 방법까지 동원했다. 넘어서는 안 될 선까지 넘은 것이다. 정말 유치하다. 해도 너무 한다. 세상에 이런 진흙탕 싸움도 없을 것이다. 현대건설 인수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모양새는 최근 들어 더욱 사나워지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기 전에는 두 곳의 감정다툼이더니 이제는 오락가락하는 하나(채권단)가 더 늘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자금 출처를 확실하게 밝히지 않는 현대그룹과 정해진 판을 흔드는 현대차그룹에 갈피를 잡지 못하는 채권단이 더해지면서 싸움의 양상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 있다. 먼저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의 아귀다툼을 보자. 현재 두 그룹은 현대그룹이 인수자금으로 제시한 프랑스 나티시스은행의 예금 1조2,000억원에 대한 대출계약서 제출 여부를 놓고 정치권ㆍ언론 등에 상대방 관련 정보를 흘리는 등 상황을 유리하게 끌고 나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허위사실을 퍼뜨렸다고 발끈하며 법적인 조치까지 취하는 웃지 못할 모습으로 비화됐다. 형제 간에 정말 이 정도까지 해야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두 그룹 화약고에 새 불씨를 던진 채권단의 행태도 비난 받아 마땅하다. 20시간 만에 우선협정대상자를 결정하는 졸속 검증도 문제지만 자금출처 문제가 불거진 후의 태도는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 채권단은 "양해각서(MOU) 체결 전에 자금 출처를 조사하지 않겠다(19일)"→"MOU 체결 시기를 늦추겠다(22일)"→"소명서를 받은 뒤 MOU를 맺겠다(23일)"→"자료 제출을 거부할 경우 우선협상자 지위를 박탈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법률적 검토를 하겠다(26일)"→"MOU를 맺고 허위사실이 발견될 때는 우선협상자 지위를 박탈하겠다, 5일 내 서류 요구하겠다(29일)"고 말을 바꾸며 두 그룹의 싸움을 부채질하고 있다. 지켜보자니 한심하고 답답하다. 이제는 그만했으면 좋겠다. 더 이상 해봐야 상처밖에 남을 게 없다. 싸우는 사람만 다친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이 싸움은 두 그룹과 채권단은 물론 우리 국민 모두에게 상처를 줄 가능성이 높다. 서둘러 봉합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채권단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 일단 적법한 절차를 거친 곳과 약속한 기간에 MOU를 맺은 것은 잘한 일이다. 하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철저한 검증으로 분쟁의 불씨를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 지금처럼 채권단의 이견으로 입장을 계속 바꾸며 상대방과 대립 각을 세우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 현대차그룹도 뒤에서 딴소리하지 말고 결과에 승복하는 너그러움을 가져야 한다. '망부의린(亡斧疑隣)'이라는 옛말이 있다. '도끼를 잃고 옆집 사람을 의심한다'는 뜻이다. 무엇인가를 잃어버리게 되면 객관적인 진실이나 그 안에 들어 있는 수많은 진실을 간과하기 쉽다. 만약 이 같은 생각에 휩싸여 주관적인 판단을 한다면 더 많은 것을 잃을 수도 있다. 일단 공적으로 내려진 판단을 수용하면서 다음을 준비하는 게 지금 현대차그룹에 가장 필요한 자세다. 현대그룹도 의혹의 여지가 남지 않도록 자금출처를 떳떳이 공개해야 한다. 만약 거짓이 있거나 자금조달에 자신이 없다면 당장 포기하는 게 낫다. 현대건설은 장난감이 아니다. 국민의 혈세를 투입해 만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눈이 가려 앞을 못 보는 '일엽장목(一葉障目)'의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 당장 낱낱이 소명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현대건설을 바라보는 국민의 눈은 날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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