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한중일 바둑 영웅전] 구리의 총공격

제3보(41∼63)



구리는 호협하다. 호쾌한 공격을 먼저 생각한다. 이창호와는 대조적이며 이세돌과는 그런 면에서 아주 흡사하다. 조훈현과 유창혁도 거의 똑같다. "구리는 기분좋게 이기려고 합니다. 시원하게 능동적으로 힘으로 이기려고 합니다. 하지만 이창호는 가능하면 싸우지 않고서 이기는 길을 모색합니다. 반집이라도 남는다고 판단이 되면 이창호는 싸우지 않고 셔터를 내립니다. 그런 기풍의 기사들 가운데 대성한 인물도 많습니다. 박영훈도 있고 일본의 고바야시 고이치도 있고 린하이펑도 그쪽입니다."(윤현석) 어느 길이 프로 고수의 길일까. 그것을 딱 잘라서 말할 수는 없다. 그것은 그야말로 기풍과 취향의 문제일 것이다. 그리고 개성의 문제일 것이다. 오늘의 이 바둑에서는 공격 바둑의 맹점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 점이 이 바둑의 관전 포인트이다. 흑41이 바로 구리류였다. 그는 중원 방면의 백이 아직도 허약하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좌변과 차단시켜 공격을 해볼 작정이다. 이 공격적 착상이 고전하는 단초가 되었다. 흑45, 47도 중원쪽 백대마에 대한 공격을 염두에 둔 수순이다. 그러나 안조영9단은 구리의 착상들이 아주 이상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흑41 이하 45는 모두가 문제수였고 전혀 다른 구상을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의 말은 검토실 고수들의 수긍을 얻어냈다. "백46의 협공이 유효적절했어요. 흑의 다음 노선이 영 마땅치가 않게 됐어요."(윤현석) 참고도1의 흑1, 3으로 위압하는 수가 성립되어야 하는데 백4, 6의 반발이 의외로 강력하다. 흑7 이하 15의(14는 9의 자리) 공격은 일단 기분은 좋지만 백이 18로 붙이는 순간 흑은 양곤마 수습의 큰 부담을 안게 된다. 그렇다면 참고도2의 흑7, 9의 변신이 성립되어야 하는데 그 길 역시 험난하다. 백18까지(17은 10의 자리) 되고 보면 흑은 역시 양곤마의 신세인 것이다. 생각다 못한 구리는 흑49, 51로 변신했다. 좌변을 모두 내주고 중원의 백을 총공격한다는 구상이다. 그 공격의 효과가 과연 어느 정도나 나타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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