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선 급부상한 4050세대가 문화계에서도'중년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적극적으로 문화를 향유하려는 40대 이상 중·장년층이 늘면서 이들이 문화계'신(新) 티켓 파워'로 자리하고 있다. 잠재적 문화소비층인 이들은 그간 쌓아온 경제적 능력을 바탕으로 내재된 문화 감수성을 폭발시키며 영화는 물론 공연, 출판 등 문화 전반에'중년의 힘'을 다시금 보여주고 있다.
가장 가시적인 결과물을 보여주는 부문은 영화다. 2002년 40대 관객 예매율은 3.4%를 기록한 뒤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0년 20%를 기록해 처음으로 20%대를 넘어선 이후 2011년 22.1%, 2012년 25.8%로 최근 3년 동안 점점 비중이 커지고 있다. 최근 인기리에 상영되고 있는'레미제라블''라이프 오브 파이' 역시 40대 이상 관객층이 흥행을 이끌고 있다. 영화 예매사이트 맥스무비에 따르면, '레미제라블'의 40대 이상 관객 예매율이 39%로 다른 연령대보다 가장 높게 나타났다. 멀티플렉스 CGV가 12∼13일 이틀에 걸쳐 집계한 주말'레미제라블'관람객 분석에서도 40대가 31%를 차지하며, 영화 주 관람층이라 일컫는 20대의 27%를 앞질렀다.
중년의 문화 소비 힘은 비단 영화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인터넷 서점 예스24에 의뢰해 도서 구매자별 연령대를 분석한 결과, 2012년 기준으로 40대가 전년 대비 2.4%, 50대가 전년 대비 0.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20대와 30대의 경우 각각 1.1%, 0.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교보문고 2012 종합베스트 셀러 100위권 도서 판매량에 대한 연령별 점유율에서도 40대 20.7%, 50대 8.3%로 4050세대가 총 29%의 점유율을 보였다.
공연 시장에서는 특히 중년층 남성의 활약이 돋보였다. 예매사이트 인터파크의 분석에 따르면, 40∼49세 사이 40대 남성 관객수는 2011년에 2010년 대비 50% 증가했다. 50∼59세 사이 50대 남성관객수는 2011년에 2010년 대비 58% 증가하며 40대 남성 관객수보다 증가세가 더욱 크게 나타났다. 음반과 관련해서도 예스 24 멀티상품팀의 관계자는"팝(POP)분야의 경우 장년층들은 비틀즈나 레드제플린 등 명 음반 위주로 구매를 많이 하는 편"이라며"최근에는 LP판매가 늘었는데 이 판매 역시 중·장년층의 구매가 비교적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문화계는 이처럼 경제력이 있는 4050세대의 약진을 보면서 이들의 감수성을 건드리는 작품이나 아이템이 나올 경우 언제든 흥행 폭발의 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현택수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4050세대의 젊은 시절은 정치적으로는 암울한 시대였지만 그들 나름의 대학 문화를 바탕으로 청년 문화를 꽃피던 시절이었다"며"그러나 (문화 소비가 한창 무르익을)90년대 IMF 경제 위기를 중간에 겪으면서 세대불문 문화소비가 전반적으로 위축 됐었다. 이 세대들이 이제 어느 정도 경제 지위를 갖고 안정된 문화 소비를 이어가면서 그 때 그 시절 문화 감수성을 깨우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이 세대를 겨냥한 예술 장르들이 재탄생 되는 등 예전에 비해 중·장년층을 겨냥한 문화 장르가 다양해지면서 최근 4050세대의 문화 주도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다"며 "이는 10대·20대가 아이돌 스타에 열광하는 일시적 현상보다 지속적이고 안정화된 경향을 보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