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바둑영웅전] 유연한 것은 싫어 제6보(76~100) 이창호는 76으로 터를 넓히고 본다. 형세가 불리한 바둑을 경영하는 요령이 바로 이것이다. 터를 넓히고 보는 것. 터를 좁게 잡으면 상대방은 구태여 시비를 걸지 않고 그대로 인정해 주고 만다. 터를 엄청나게 넓히면 그때는 뛰어들지 않을 수 없고 뛰어든 적을 공격하면서 승부의 변수를 모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77로 뛰어들었다. 백78은 일단 이렇게 자세를 잡아야 한다. 검토실에서는 참고도의 흑1 이하 5를 예상하고 있었다. 백6으로 벌일 때 7로 뛰어들면 가장 알기 쉽게 흑이 리드하는 바둑이다. 그러나 최철한은 그런 유연한 착상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인파이팅이라야 계산의 천재 이창호를 가장 거북하게 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흑83, 85로 다소 야만스럽게 분단시키고 보는 최철한. 자기 대마를 그냥 수습하려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공격하겠다는 적극적 구상이다. 흑93으로는 가에 뻗는 방책도 있었다. 백은 나로 끊게 되는데 흑은 꼬리를 선선히 떼어 주고 좌변에 뿌리를 내려 충분한 형세였다. 그러나 최철한은 욕심스럽게 다 살리겠다고 나섰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입력시간 : 2004-11-05 19: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