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61주년을 기쁘게 기념하지만 61년째 분단을 극복하지 못해 마음이 무겁다. 올해 통일 시계(視界)는 지난 7월5일 새벽 북한의 연쇄적인 미사일 발사로 잔뜩 흐려졌고 남북 당국간 관계는 6ㆍ15 공동선언 이래 최악의 경색 국면에 빠져 있다.
북한의 수해 지원에 정부가 민간단체들과 함께 참여하고 이를 북한도 수용함으로써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를 높여주고 있으나 국제연합(UN) 안보리 대북결의안 채택과 전시작전권 논란 등 국내외 정세 변화로 분단 극복과 민족 통일은 여전히 난제 중의 난제로 남아 있다.
해방 이후 남과 북은 줄곧 하나의 체제로 통합되는 통일을 분단 극복으로 인식했다. 분단의 원인이 미ㆍ소 등 강대국에 있든 자유-공산, 보수-진보 등 국내 이념-권력 갈등에 있든 하나의 단일 국가로 통합되는 것만이 통일이고 분단의 완전한 극복인 셈이었다. 그런 연유에서 분단 이후 숱한 남북대화와 협상이 이어져왔으나 통일에 관한 한 6ㆍ15 공동선언 2항과 같이 지극히 모호하고 애매한 합의 이외에는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채 60년이 지났다.
그러나 분단 극복은 실제 남북이 분단된 현 상태에서 하나의 체제로 통합됨으로써 달성될 수도 있지만, 분단이 초래한 모든 문제와 부자연스러운 상태가 해결되고 해소됨으로써 통일되지는 않았으나 위험하거나 불편하지 않은 상태 역시 분단 극복이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기준에서 본다면 해방된 한반도는 지난 60년간 통일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어떤 형태로든 분단이 극복되지는 못했다. 다만 분단이 초래한 불편과 위험의 증감 여하에 따라 분단 극복의 가능성이 높아졌거나 또는 낮아지기는 했었다.
그런 의미에서 분단 61년을 맞는 올 8월의 한반도 분단의 평화적 극복 가능성은 전시작전권 논란이 불거진 1주일 전과 비교할 때 분명 낮아졌다. 북한이 미사일을 연쇄 발사하고 선군 정치를 들먹이며 남북 장관급회담을 기약 없이 종결짓던 1달 전과 비교할 때 더욱 낮아졌다.
북한 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6자회담이 중단된 1년 전과 비교하면 더더욱 낮아진 것이 사실이다. 현 정부로서는 섭섭하겠지만 현 정부 출범 이후 남북 관계나 한반도 주변 정세는 북한 당국의 오판과 무모한 도발, 남한 당국의 착시와 사회 분열 갈등으로 분단이 평화적으로 극복되기보다는 분단으로 인한 위험과 불편이 증가함으로써 통일은커녕 분단 고착의 정도가 심화됐다.
60년 전 해방은 됐으나 아직도 통일되지 못한 채 또다시 광복 61주년을 맞는다. 우리 시대의 지도자들에게 주어진 최대 사명은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을 달성하는 것이다.
통일이 당장 어렵다면 최소한 분단 극복의 가능성을 높여가며 통일 시계(視界)를 투명하게 함으로써 통일시간표를 민족 앞에 분명히 제시해주는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정치적 목적으로 전시작전권 논란을 불필요하게 증폭시키거나 ‘자주’라는 명목으로 한ㆍ미 동맹의 안전보장판을 훼손해서는 안된다.
북한의 핵 개발이나 미사일 발사를 옹호하고 심지어는 선군 정치를 찬양함으로써 국론 분열을 유발하고 북한에 대해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세력 기반을 고사시켜야 한다. 무엇보다 폭정과 폭압으로 북한 인민의 인권을 유린하는 북한 당국을 민족 공조라는 허울 속에 무조건 감싸안는 뜨거운 햇볕정책은 이제 거둬들일 때가 됐다.
독일 통일이 누구도 예상치 못한 행운이었듯이 우리의 통일도 역사의 선물로나 주어질 만큼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그러한 통일의 전제로서, 또는 그 자체의 역사적 의의를 따져볼 때 분단 극복은 우리의 의지와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달성 가능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