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지표혼조·시장혼란 "美경제 안갯속"

10월 주택판매 0.5% 늘며 바닥 벗어날 조짐<br>소비심리는 두달째 하락·내구재 주문도 줄어<br>버냉키 인플레우려 발언 불구 약달러 가속화<br>연착륙 가능성 무게속 경기 논쟁 가열될듯


미국 경제가 안개 속에 빠졌다. 앞으로 미국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을 가늠할 ▦기존주택 판매실적 ▦소비자신뢰지수 ▦내구재 주문실적 등 주요 지표들이 28일(현지시간) 호조와 악화로 엇갈리면서 시장이 방향성을 잃었다. 금융시장에서 증시는 상승한 반면 달러 약세는 가속화하는 상반된 흐름을 보임에 따라 미국 경기를 둘러싼 논쟁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아직 연착륙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으나 변수가 많아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앞서 27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경제전망보고서를 통해 내년도 미국경제는 주택ㆍ자동차 분야 등이 어려움을 겪겠지만 금리인하 가능성을 전제로 경착륙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따라 다음달 13일로 예정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12월 회의에서 제시될 미국 경제에 대한 진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달러 약세 가속화=이날 외환시장에서 달러 가치는 벤 버냉키 FRB 의장의 ‘인플레이션 우려’ 발언에도 불구하고 유로ㆍ엔화 등 주요 통화에 대해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달러는 뉴욕시장에서 유로에 대해 6일째 약세를 타며 달러당 1.3191달러로 추락했으며, 엔화에 대해서는 도쿄시장에서 한때 3개월래 최저치로 115.59엔까지 떨어졌다. 미국과 EUㆍ일본의 금리격차,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 다변화 정책 등이 주된 요인이긴 하나 아직까지 미국 경제가 회복하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를 내보지 못하는 것도 달러 약세가 계속되는 요인으로 꼽힌다. 마켓워치는 이날 전문가들의 전망을 인용, “달러화 약세는 내년 초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주택경기 바닥 벗어나나=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10월 중 기존주택 판매가격은 3.5% 떨어졌으나 판매량은 0.5% 늘어났다. 주택 판매가 늘어난 것은 지난 2월 이후 8개월 만에 처음으로 최근 주택경기가 바닥을 찍었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낙관적인 관측을 뒷받침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월가 이코노미스트 3명 가운데 2명은 주택경기가 최악의 바닥을 벗어나고 있다고 응답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도 이날 “미국 주택시장이 최악의 상황은 끝났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데이비드 레러 NAR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택경기는 내년 1ㆍ4분기가 돼야 확실해질 것”이라며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버냉키 FRB 의장은 이날 경기둔화 가능성보다는 인플레에 대한 우려를 강력 표명함에 따라 내년 초 금리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월가의 관측을 무색하게 했다. ◇기업투자ㆍ소비심리는 냉랭=주택경기가 미약하긴 하나 회복 신호를 보낸 것과는 달리 소비심리와 기업의 투자활동은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반영하기라도 하는 듯 더욱 악화되고 있다. 민간 경제연구기관인 컨퍼런스보드는 11월 소비자신뢰지수가 전월의 105.1에서 102.9로 떨어져 2개월 연속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당초 최근의 국제유가 하락과 중간 선거 종료 등에 힘입어 소비심리가 회복세(106.4)로 돌아설 것으로 예측했었다. 전문가들은 주택가격 하락의 여파가 소비심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앞서 세계 최대 소매업체인 월마트의 11월 중 미국 내 매출이 10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할 것으로 관측돼 부동산발 소비침체가 본격화되지 않느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기업 투자활동의 척도로 평가되는 내구재 주문실적은 경기 연착륙 가능성에 찬물을 끼얹었다. 10월 내구재 주문은 항공기 주문 감소 등에 따라 9월의 8.7% 증가에서 8.3% 감소로 돌아섰다. 이는 2000년 7월 이후 6년4개월 만의 최대 폭일 뿐만 아니라 당초 4.8% 줄 것이라는 전망치보다 휠씬 악화된 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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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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