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기초노령연금, 빈곤 노인 위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2001년 회원국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인구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가 다가올 고령사회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려면 공적연금ㆍ기업연금ㆍ개인연금으로 구성된 다축(多軸) 노후소득보장제도를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많은 노인들이 국민연금을 받지 못해 빈곤에 시달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금으로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주자는 것이 핵심이다. 대신 기존 국민연금은 지급액ㆍ소득대체율을 대폭 낮추되 소득재분배 기능(고소득층에는 낮은 수익률, 저소득층에 높은 수익률을 적용)을 없애 소득비례연금으로 전환하고, 기업연금ㆍ개인연금을 활성화해 부족한 노후소득을 보충하게 하자는 내용도 담았다.

기초연금 폐기 OECD서도 권고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이는 OECD의 연금개편 권고안은 우리 사회에 적잖은 논란을 불러왔다. 세금으로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면 노인빈곤은 완화할 수 있겠지만 노인인구가 급증하는 오는 2030년 이후 급격한 부담 증가로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됐기 때문이다. 그 결과 기초연금 대신 65세 이상 노인의 70%에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의 5%(2028년 10%)를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이 도입됐다.


OECD는 최근 '2012 한국경제보고서'에서 기초노령연금제도 개편과 관련해 의미 있는 권고안을 내놓았다. 지급대상은 넓은 반면 지급액이 적어 노인빈곤 완화 효과가 크지 않으므로 지급대상을 빈곤 노인 중심으로 축소하되 1인당 지급액을 늘리자는 게 골자다. 다만 이미 기초노령연금을 받고 있는 노인 등 이해집단의 반발 때문에 수급자 비율을 줄일 수 없다면 빈곤 노인 연금액만 인상하고, 일정 수준의 소득이 있는 수급자는 연금액을 동결하라는 차선책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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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이후 조세 방식의 보편적 기초연금 도입 필요성을 권고해온 OECD가 기초노령연금제도 개편안을 내놓은 배경은 뭘까.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노인빈곤율이 가장 높은 편인데 노인들 사이의 소득격차는 경제활동인구 사이의 소득격차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현실을 고려한 것이다. 2012 권고안의 핵심은 세금으로 재원을 조달하는 기초노령연금을 모든 노인에게 지급하지 말고 저소득층 등 상대적으로 취약한 노인에게 더 많은 혜택이 가도록 제도를 개편하라는 것이다. 인구고령화로 부양 받아야 할 노인인구가 급증하는 반면 낮은 출산율과 저성장으로 미래 세대의 부양능력이 감소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한 듯하다. 과거에 비해 노인인구와 퇴직 이후 부양 받아야 할 기간이 늘어나는 반면 이들에 대한 사회적 부양능력은 현격하게 약화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 것 같다.

2012년 OECD 보고서는 또 우리나라의 국민연금 가입률이 낮은 주된 원인이 정규직ㆍ비정규직 근로자로 양분된 노동시장의 이중성 때문이라며,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정규직과 유사한 사회보험 혜택을 줘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 적용률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연금제도 개편 논의 새 출발점 되길

권고안에 빠져있으나 국민연금 적용율 제고 차원에서 저소득 근로자에게 도입한 연금보험료 지원제도를 저소득 자영자에게도 하루빨리 도입해야 할 것이다. 관련 제도들이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 구축 차원에서 저소득 자영자에 대한 근로장려세제(EITC)도입도 시급해 보인다.

보편적 기초연금 도입안을 폐기하고 기초노령연금을 선별적 제도로 개편하라는 2012 OECD 권고안이 우리 기초노령연금과 국민연금제도 개편 방향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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