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강 부총리­금융기관장 뭘 논의 했나/「기아사태」 불안해소 역점

◎정부 수수방관 비난 여론의식… 구체 대책은 없어강경식 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이 28일 갑자기 금융기관장 오찬간담회를 연 것은 최근 기아사태에 대해 정부가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비난이 경제계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불거져나온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날 간담회 첫머리에 강부총리가 『정부가 무엇을 어떻게 해주었으면 좋겠는가』라고 말한 것도 이같은 비난여론을 의식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강부총리는 이날 이렇다 할 추가대책을 전혀 내놓지 않은채 종전의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금융기관장들의 의견만 청취했다. 개별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책은 세계무역기구(WTO)협정, 특혜시비 등때문에 마련하지 않지만 금융시장 및 거래질서의 불안정이 발생하면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하겠다는 기본 입장을 재확인했을 뿐이다. 대신 정오부터 하오 3시까지 계속된 간담회에서 강부총리는 참석자 전원이 한명씩 각자의 의견을 밝히도록 요구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날 간담회가 정부가 일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위해 마련한 홍보성 회의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금융기관장들은 정부의 입장에 대해 뚜렷한 비판을 삼가면서도 『기아그룹의 회생여부에 대해 정부 또는 주거래은행이 명확한 의지를 표명할 필요가 있다』고 은근히 꼬집었다. 또 기아사태의 발생원인을 철저히 규명, 잘못된 경영에 대해 분명하게 책임소재를 밝혀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금융제도와 관련, 신용정보를 1, 2금융권이 교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부도유예협약의 대상 금융기관을 확대하며 M&A(인수 및 합병) 등 기업의 원활한 진입과 퇴출을 위한 제도정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우리 경제 및 금융기관의 대외신인도 제고를 위해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대기업 부도설등 악성 루머를 근절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부 은행장들은 최근 1, 2금융권이 모두 어려운 상황인데 2금융권에서 자신만 살겠다고 루머만 나돌면 곧바로 자금회수에 나서 결국 금융시장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부총리는 이에 대해 그동안 밝혔던 기본 입장을 바꾸지 않은채 『채권은행단이 부도유예협약을 적용한다는 것은 가급적 기업을 회생시켜 기업과 금융기관 모두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부총리는 특히 『그러나 궁극적으로 기업의 회생여부는 그 기업이 스스로 각고의 회생노력을 해야 하며 정부와 금융기관은 결국 이러한 노력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해 기아그룹에 대해 별다른 지원대책을 마련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또 이날 간담회후 회의내용을 발표한 정의동 재경원 공보관은 하청업체들의 연쇄부도 우려와 관련, 『건실한 하청업체, 협력업체에 대해서는 각 금융기관들이 적극적으로 자금지원을 하도록 요청하기로 했다』고만 말했다. 재정경제원 관계자는 이날 간담회와 관련, 『그동안 관치금융을 반대하며 금융자율화를 외치던 금융기관들이 막상 문제가 생기니까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이율배반적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가 적극 개입할 상황이 아니며 만일 정부가 개입한다면 이는 곧 금융자율화의 후퇴를 의미한다는 재경원의 시각을 엿볼 수 있게 한다. 그러나 금융기관들은 현재 기아사태는 정상적인 상황이 아닌만큼 비상사태에 걸맞은 정책대응이 필요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결국 이날 간담회는 기아사태에 대한 시각을 전혀 바꾸지 않은채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정부의 구두선만 난무한채 금융기관장들이 정부의 홍보대책에 들러리를 서는 모습으로 전락한 셈이다.<이세정·이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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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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