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학년도 수학능력시험 부정행위 사건이 전국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조선 태조에서 철종까지 472년간의 역사를 기록한 편년체 사서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에서도 시험 부정행위 및 그 처벌에 관련된 기록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록에 따르면 과거시험의 부정행위 기록은 태종조에 처음 등장한다.
경승부윤(敬承府尹) 김 점(金 漸)의 아들이 문과시험을 치렀는데 그 답안을 고쳐 쓰게 해 적발되자 태종에게 용서를 빌었다는 대목이다.
특히 세종조 기록에는 부정행위 유형과 처벌에 관한 기록이 상세히 나와 눈길을끈다.
`고려말기 과거법이 크게 훼손돼 시험보러 보러 가는 사람이 남을 고용해 대신답을 쓰게 하고 시험을 관장한 사람이 아는 사람을 먼저 뽑으려고 부정한 짓을 햇다'고 기록돼 있다.
또 다른 사람을 시험장에 보내 제술(製述)한 자에게는 과거 시험자격을 영원히정지시켰고 속임수를 쓴 자에게 장(杖) 100대와 도형(徒形) 3년을 집행하고 영구히서용(敍用)치 않았다.
성종때 우부승지(右副承旨) 정성근(鄭誠謹)이 `무과 별시(別試)에서 표적이 맞지 않았는데 감적관(監的官)이 북을 쳤고 4표적까지 화살을 쏘지도 않았는데 도청관(都廳官)이 5발 중 4발이 적중했다고 해 이들을 국문하게 했으나 아무런 소식이 없다'며 `과거는 국가의 큰 일으므로 반드시 징계해야 할 것'이라고 왕에게 청한 대목도 나온다.
중종 55년에는 동지사 허 굉이 중종에게 `세종조에는 책 지니는 것을 금단하는 법령을 엄중히 했기 때문에 초집(抄集)한 참고서적의 글씨를 잘게 써서 머리털 속에 감추기도 하고 입 속에 넣기도 해 과장에 들어왔는데 이를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으니 폐단이 많다'고 아룄다는 기록도 보여 과거에도 오늘날의 `커닝 페이퍼'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광해군 때는 사헌부에서 `전 강릉부사 박경업(朴慶業)이 강원도 시관으로 시험응시자 30여명의 답안지 겉봉에다 `삼가 봉한다'(謹封)고 손수 써 알아 볼 수 있도록 해 초장(初場) 시험에서 합격된 사람이 무려 17명이나 된데다가 응시한 여러 선비들의 분노까지 사 과장을 파하고 말았다'는 대목도 보인다.
특히 숙종 33년 `국가의 성쇠와 인재의 득실은 오로지 과시(科試)의 공사(公私)에 달려있다'는 예조참의(禮曺參議) 박 권(朴 權)의 상소는 이번 수능시험을 관리한교육청이 귀감으로 삼을 만한 내용이다.
예나 지금이나 시험은 공정해야 하며 부정행위가 적발됐을 경우에는 가차없이엄벌을 내려야 한다는 데 별 이견이 없는 것 같다.
또 부정을 저지른 과거 응시자와 관원들을 탄핵하는 상소를 임금에게 올려 벌하게 하고 시험을 책임진 관리가 그 책무를 소홀히 했다며 자신의 파직을 청한 사실은 이번 수능 부정행위 사건에서 처벌을 면한 가담자와 관련 공무원들에게 경종을울리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남현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