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성장열에 신음하는 보하이만

드넓은 옥수수밭 한가운데 크고 작은 석유 시추 기계들이 쉼 없이 움직이며 원유를 끌어올린다. 시추공에서 흘러나온 기름은 농수로를 통해 하천과 인근 바다로 그대로 유입된다.

중국 동북 3성 가운데 가장 개발이 활발한 랴오닝(遼寧)성 판진(盤錦)시의 모습이다. 보하이(渤海)만에 접한 판진시는 중국 내 3위의 원유 생산량을 자랑한다. 노천 유전에서 석유가 나올 정도로 매장량이 풍부하다. 하지만 시 정부가 유전 개발에 사활을 걸수록 토양과 수질 오염도 더욱 심해지고 있다. 반면 판진연해경제구의 한 관계자는 "1970년대 처음 시추한 이래로 유전 개발이 지역경제를 살리고 있다"며 환경오염은 별일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판진시에서 차로 2시간 거리인 진저우(錦州)시 보하이 연안. 이곳에는 수천 대의 건설장비가 굉음을 내며 바다를 메우고 있다. 오는 2013년 진저우시가 개최하는 원림세계박람회 건설 현장이다. 총 투자액은 22억위안, 우리 돈으로 약 4,000억원에 이르는 초대형 개발 프로젝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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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박람위원회 측이 예상하는 총 수입은 5억위안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공사비용을 은행 대출로 메우고 있는 판진시가 이처럼 무리수를 던지는 이유는 단 하나 땅값 상승 때문이다. 준비위원회 측은 "박람회장 주변의 땅값이 오르고 있다. 이것이 경제 효과다. 예전 개최 도시를 보더라도 땅값이 6~10배나 올랐다"며 한껏 기대를 드러냈다. 2015년까지 랴오닝성에 투입될 자금만 5,500억위안(약 99조원)에 이른다. 성 전체가 공사판으로 변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0년대 중국 경제가 요동칠 때 나타났던 신조어 중 하나가 '성장열(成長熱)'이다. 너무 빠르게 경제가 성장하면서 무분별한 은행대출과 난개발, 환경오염 등 갖가지 혼란이 쏟아지면서 사회문제화되자 이를 빗댄 말이다. 동북 3성이 자리 잡은 보하이만은 현재 성장열로 신음하는 중국 경제의 현주소와 함께 중앙 정부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지방 정부는 여전히 부동산 개발에 목을 매는 현실을 보여준다. 최근 중국 경기 둔화 속도가 빨라지는 가운데 부동산 거품 붕괴가 더 심화될 때 앞으로 나타날 부작용이 우려된다.

문승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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