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컨설팅의 빛과 그림자] <상> 포장의 미학

기업 경영진단이 '로비 무대'로 변질<br>글로벌 스탠더드 명분아래 외국계가 장악<br>고위관료 인맥·정보만 있으면 일감 싹쓸이



[컨설팅의 빛과 그림자] 포장의 미학 기업 경영진단이 '로비 무대'로 변질글로벌 스탠더드 명분아래 외국계가 장악고위관료 인맥·정보만 있으면 일감 싹쓸이 현상경 기자 young@sed.co.kr 김영기기자 김민열기자 이철균기자 최근 만난 정부 부처의 고위관계자는 환란 직후 외국 ‘톱3’ 컨설팅 업체로부터 경영진단을 받았던 상황을 이렇게 떠올렸다. “환란 재발을 막기 위해 무엇을 할지는 나와 있었다. 사실 컨설팅기관의 권고에 새로울 것도 없었다. 하지만 포장을 위해서는 그들의 존재가 유용했다.” 민간연구소 연구위원의 발언은 좀더 직설적이다. 그는 “외국계라지만 어떤 보고서는 100쪽 중 10쪽만 알맹이가 있다. 게다가 회사 안에 교포나 한국인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들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내세운다. 더욱이 외국의 기세가 한창이던 환란 직후 아니었느냐.” 환란 8년여 만에 터진 ‘김재록 게이트’. 시장 관계자들은 당시의 ‘한국적 특수성’을 돌이켜보면 예고된 상황이었을지 모른다고 반추한다. 구조조정 작업의 실무를 담당했던 전 예금보험공사 고위관계자는 “가능한 비싸게 팔아주는 능력 있는 외국계를 쓸 수밖에 없었다. 국내에 능력 있는 회사가 없지 않았는가”라고 인정했다. ‘김재록 게이트’는 우리 컨설팅 시장의 절름발이 상황과 정치ㆍ경제적으로 왜곡된 인적 관계가 결합돼 상승작용을 일으켜 발생한 셈이다. 그 속에서 감독당국의 통제장치는 전혀 없었다. ◇컨설팅도 ‘글로벌 스탠더드’=산업자원부가 지난해 말 작성한 내부 보고서를 보면 외국계 컨설팅사는 지난 90년대 초반 맥킨지 등이 국내 시장에 진출한 이래 IMF를 계기로 국내 컨설팅 시장을 주도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그들이 남긴 긍정적 효과도 얼마든 찾을 수 있고 몇몇 기업은 이를 신봉했다. 두산그룹의 경우 지난해 초 두산인프라코어(옛 대우종합기계)를 인수 한 뒤 맥킨지에 경영진단을 맡겼고 이 회사의 미래 비전도 맥킨지에서 나왔다. 대기업들의 리모델링 작업은 국민의 정부 시절 들불처럼 번졌다. 정부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한다는 명분 아래 상당수 공기업들에 외국계 컨설팅사들과 자문계약을 체결하도록 했다. 전직 예보 관계자는 “물건을 팔 때 국내 컨설팅사에 맡기면 이해관계도 있고 결과에 대해 동의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해외 회사에 맡기면 다르다”고 말했다. 최고경영자(CEO)들도 이를 이용했다. 2001년 아더앤더슨에 컨설팅을 맡겼던 한 금융계 고위관계자는 “우리 기업들은 CEO가 바뀔 경우 으레 컨설팅을 받는다. 구조조정의 근거가 되고 정당성을 갖기 때문이다. 인수합병(M&A) 후에는 특히 그렇다”고 설명했다. ◇컨설팅은 인맥=외국계 컨설팅사의 시장 장악은 의외로 간단했다. 인맥과 정보를 갖고 있는 곳은 ‘땅 짚고 헤엄치기’식으로 장사했다. 정부 주도로 이뤄졌던 기업의 빅딜과 M&A는 컨설팅 업체에는 최고의 먹잇감이었다. 이 과정에서 고급 관료 인맥과 정보를 가진 컨설팅업체가 두각을 나타낼 수밖에 없었다. 관계와 금융계를 넘나드는 인맥을 갖고 있던 김재록씨가 지사장으로 있는 아더앤더슨코리아가 외환위기 직후 정부ㆍ기업ㆍ금융회사의 구조조정 일감을 휩쓸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아서앤더슨이 2001년 예보가 주관한 대한ㆍ국제ㆍ리젠트화재 매각 등 구조조정 일감을 싹쓸이한 것이 대표적이다. ◇속속 드러나는 부작용=이처럼 인맥에 좌지우지되다 보니 부작용도 속출했다. 금감원 자료를 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사례가 많았다. '겹치기 자문'도 비일비재했다. 금융 구조조정 과정에서 맥킨지는 한빛ㆍ주택ㆍ하나은행을,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조흥ㆍ외환ㆍ신한은행을, 아더앤더슨은 조흥ㆍ한빛ㆍ국민은행을 각각 컨설팅했다. 결과물은 비슷비슷했다. 전직 자산관리공사 관계자는 "한국 조직문화와 안 맞는데도 외국계 컨설팅 회사들이 조직컨설팅을 실시해 매각구조를 짜고 재단을 했다"고 전했다. 최고경영자나 기업 비리 관련 정보가 유출되기도 했다. 모 그룹의 경우 내부 정보 유출로 경영권 분쟁을 겪는 과정에서 상당한 고충을 겪었다. 검찰이 비밀금고의 위치는 물론 비밀번호까지 알고 압수수색을 한 것에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 업체는 내부 고발자를 찾지 못했다. 의심은 외부 경영 컨설팅 업체로 옮겨갔다. 시중은행에 몸담으면서 외국 컨설팅사의 자문을 했던 한 인사는 "보고서 작성을 위한 대부분 작업은 (우리) 은행 직원들이 하고 외국 컨설팅사는 이름만 빌려주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입력시간 : 2006/04/03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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