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독일의 교훈

월스트리트저널 12일자

프란츠 뮌터페링 독일 사민당 당수는 최근 사모펀드 투자자들에 대해 ‘기업과 일자리를 먹어치우는 메뚜기’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선한 독일’ 자본은 노동시장을 발전키는 반면 외국, 특히 ‘사악한’ 미국 자본은 일자리를 파괴한다는 것이다. 이번주 있었던 별개의 두 사건들은 이러한 뮌터페링의 주장이 불합리함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언론 보도들에 따르면 폴크스바겐은 새로운 공장 시설을 위해 7억유로 투자를 계획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1만개의 신규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다. 문제는 그 자동차회사가 독일이 아니라 인도에 공장을 세우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어디에 투자할지를 정하는 것은 기업들의 권리다. 오직 이럴 때 기업들은 자신들의 경쟁력을 유지하게 될 것이다. 폴크스바겐의 결정은 독일과 유럽 기업들의 경우 미국식 자본과 다른 규칙에 의해 움직인다는 뮌터페링을 포함한 일부 유럽인들의 생각이 잘못된 것임을 보여준다. 이번주 또 다른 빅뉴스는 독일 증권거래소 도이체뵈스제의 주주들이 최고경영자(CEO) 베르너 사이페르트를 쫓아 냈다는 사실이다. 이번 주주혁명을 이끈 것은 사이페르트의 런던 증권거래소 인수 추진에 반대해왔던 미국과 영국의 헤지펀드들이다. 사이페르트의 인수 시도가 성공했다면 아마 프랑크푸르트에서 대규모 실업이 발생했을 것이다. 런던이 훨씬 더 중요한 금융 중심지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앞으로 이와 같은 인수 시도가 일어나지 않게끔 한 ‘사악한’ 앵글로색슨족의 헤지펀드들이 독일에서 일자리를 지켜낸 셈이 됐다. 물론 헤지펀드들의 이번 반란은 일자리에 대한 염려 때문이 아니라 회사 이익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의 행위가 있어야 일자리도 만들어진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독일에서는 투자자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전제 조건이 아니라 일자리를 만들려는 노력과 대조되는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독일이 진정 전후 경제 전성기를 다시 찾고자 한다면 그들은 당시 독일 경제 부흥을 이끌었던 루트비히 에르하르트의 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에르하르트는 경제가 자유로워져야 비로소 경제는 사회주의적이 된다고 말했다. 루드비히 에르하르트를 따라 경제 활력을 찾을 것인지, 프란츠 뮌터페링을 쫓아 스태그네이션에 빠질 것인지, 독일이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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