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서부지법에 따르면, 오는 15일 오후 4시 이 법원 소속 24명 단독판사(형사8명ㆍ민사16명)들은‘법관 평가제도 개선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법관회의를 열기로 합의했다.
현행 법원 내규에 따르면, 각급법원의 법관 1/3 또는 1/5의 동의가 있을 때 법원장은 법관회의를 열게 되어있다.
수도권 법원 가운데 일부는 현재 판사들의 동의를 구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직 서울중앙지법과 서울동ㆍ남ㆍ북부지법은 추진 중이거나 별다른 움직임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회의 개최 여부를 떠나 동료 판사들은 대법원의 결정에 잇달아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김영훈 남원지원 판사는 법원 내부통신망(코트넷)에 글을 올려 “가카 빅엿, 모 대법관과 관련한 사건 등이 서 판사와 관련해 알려진 것들인데 이 문제가 법원장들의 평정에 영향을 미쳐 ‘하’를 주게 했고 그 결과 근무성적이 불량한 판사가 됐다면 법관의 독립은 어디에 쓸 수 있는 말이냐”며 대법원의 인사조치에 대해 비판했다.
김 판사는 “이제는 법원이 잘못된 길을 간다고 생각이 들 때, 그 말을 하려고 한다”며 “그동안 침묵하는 다수였으나 소리내는 모난 돌이 정을 맞는다 해도 이제는 침묵하지 않겠다. 그것이 법원에 대한 도리”라고 밝혔다.
이창현 수원지법 판사도 “서 판사를 재임용에서 탈락시킨 사유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근무성적 평가는 상대평가의 성격을 띨 수밖에 없으므로 하위 2%에 해당하는 대상자는 늘 있을 수밖에 없다. 근무성적이 하위에 속한다는 사유만으로 법관의 신분을 박탈하거나 연임을 거부할 수는 결코 없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판사들은 자신들이 잘릴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생각이나 고민 같은 것을 해본 적이 없는데, 서판사 재임용 탈락을 계기로 상당히 충격을 받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서 판사도 재임용 탈락 통보를 받은 직후 내부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헌법상 신분이 보장된 판사에서 10년 계약직 직원으로 전락한 이 순간 비정규직 노동자의 아픔을 절실하게 공감하게 됐다”고 탈락의 충격을 표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