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다이애나 스펜서와 케이트 미들턴


영국 윌리엄 왕세손의 신부 케이트 미들턴에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0세기 말 프린세스 다이애나에 이어 21세기 새로운 신데렐라의 등단은 지구촌의 많은 사람들에게 환상과 동경의 대상이 되며 일거수일투족이 기사화되고 있다. 케이트 미들턴이 평민 출신에 대학 졸업자라는 사실만으로도 화제가 되는가 하면 윌리엄-케이트 커플의 결혼식이 장장 5시간 동안 생중계될 예정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영국 왕실에서 이런저런 스캔들이 터질 때마다 눈살을 찌푸리며 왕실무용론을 제기했던 그 많은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돌이켜보니 지난 1980년대 초 다이애나와 찰스 왕세자의 결혼식도 참 대단했었다. 당시 필자 주변의 어떤 사람은 미국에서 살며 딸을 낳자 앞뒤 생각 않고 아이의 이름을 다이애나로 짓기도 했다. 현 시점에서 생각해 보면 (다이애나의 외로운 삶과 불행한 죽음을 반추해볼 때) 좀 경솔했다 싶지만 그만큼 세상 사람들은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 또는 자신들과 전혀 다른 차원의 사람들에게 주목할 뿐 아니라 때로는 모방하려는 심리도 강한가 보다. 사실 다이애나비의 사생활이 완전히 노출되기 전까지는 모든 것을 가진 그녀 때문에 동시대를 살았던 많은 여성들이 상대적 박탈감으로 불행해(?) 했다. 아니 다이애나비 자신이 누구에게도 비교 대상이 되는 자체를 허용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왕실의 명예와 권위, 부는 말할 것도 없고 다이애나가 배태하는 영육의 아름다움을 감히 누가 도전할 수 있었겠는가! 실로 그녀는 세상 사람들로부터의 '사랑'을 독차지 했다. 오직 찰스 왕세자의 사랑만 빼고. 바로 이 대목에서 사람들이 느꼈던 상대적 박탈감도 상쇄됐을지 모르겠다. 역설적이나 그래서 신은 공평한 것인가. 벌써부터 다이애나와 너무 자주 비교되는 며느리 케이트 미들턴은 과연 어떤 프린세스의 모습으로 살아갈지 궁금해진다. 이미 대다수 영국 여성들이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공주를 꿈꾼다. 하지만 현실에서 더 이상의 동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별로 부럽지 않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다이애나의 드라마틱한 비극이 너무 깊이 각인된 탓인가 보다. 케이트 미들턴은 '공인된 프린세스'로서 뿐만 아니라 한 남자의 '여성'으로서도 부디 행복한 삶을 꾸려갔으면 좋겠다. 동화 속의 공주 팬타지! 의외로 이것이 가끔 우리 범부들을 꿈꾸게 만들며 각박한 삶도 순화시켜 준다. 케이트 미들턴 주연 세기의 결혼식 장면을 보며 숱한 여성들이 복잡하고 고달픈 세상은 '잠시' 잊고 프린세스가 되는 환상에 빠져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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