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바통 주고받는 경제사령탑 엇갈린 표정

산적한 과제 내려놓고 홀가분 尹 '밝은 모습'<br>고민 떠안고 청문회준비 분주 朴 '은인자중'


11일 오전9시 세종로 중앙청사 10층 대회의실. 매주 수요일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하는 경제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장관들이 속속 입장했다. 스포트라이트는 단연 차기 재정부 장관 내정자인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쏠렸다. 기자들이 몰려들어 청문회 준비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지만 박 장관은 "네"라고 짧게 답한 채 회의 자료만 쳐다봤다. 10분이 지나고 윤증현 재정부 장관이 입장했다. 재정부는 평소와 달리 윤 장관 바로 옆에 박 장관 자리를 만드는 센스를 발휘했다. 바통을 주고받는 두 장관은 자연스럽게 악수를 나눴다. 어깨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윤 장관은 그 어느 때보다 밝았다. 공교롭게도 이날 회의장에는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이만희 환경부 장관,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등 이번 개각으로 물러나는 장관 전원이 참석해 '내각 졸업식'을 방불케 했다. 일본 대지진에 따른 우리 경제의 영향, 발광다이오드(LED) 산업 지원책 등이 안건으로 올라왔지만 2주 뒤면 물러날 장관들 머리에 회의 내용이 들어올 여력은 없었다. 상당수 장관들은 회의 자료가 담긴 서류철을 열어보지도 않았다. 윤 장관이 회의를 시작하면서 한참을 말없이 웃기만 하자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 등 타 부처 장관들이 "표정 관리 좀 하셔야겠다"고 덕담을 건넸다. 윤 장관은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고 운을 띄우며 "떠나는 사람들은 내각 밖에 있어도 계속 (정부를 위한) 마음을 가져주기 바란다. 우리 경제가 여러 기로에 서 있는데 여러분 모두 힘을 내셔서 올바른 길로 가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 내정자에 대해서는 "여러 경륜이 있는 박 장관이 후임을 맡게 돼 마음 놓고 떠날 수 있어 다행으로 생각한다"며 "우리 경제를 이만큼 회복시키고 떠나게 돼 든든하다. 한편으로는 물가 등 현안이 산적해 마음이 무겁다"고 소회를 밝혔다. 박 장관은 이날 고용부 장관으로서 일정을 소화한 뒤 12~13일 재정부 주요 실ㆍ국 업무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윤 장관은 당초 오는 19일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열리는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연차총회에 의장 자격으로 출장을 떠날 예정이었지만 참석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후임자가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는 만큼 윤 장관은 되도록 외부일정을 잡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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