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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구조 과정에서 골든타임을 놓치는 바람에 살릴 수 있는 많은 생명을 잃었다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이를 해결할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국가안전처 신설의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국무회의에서 "총리실에서 관장하는 국가안전처를 신설하려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범정부 대책본부' 같은 임시조직으로는 사고 대처에 한계가 있는 만큼 상설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찬성론과 '옥상옥' '공룡 조직'만 만들 뿐이라며 문제 해결 능력의 향상과 책임성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반대론이 맞서고 있다. 국가안전처 신설에 대한 찬반 주장을 들어봤다.
● 찬성- 정찬권 한국위기관리연구소 연구위원
지휘 혼란·전문성 부족 해결 위해 필요
부처 협력·권한 부여 등 뒷받침 해야
우리 사회는 세월호 침몰의 충격과 정부의 초기대응 부실에 대한 비판과 분노, 실망감으로 심리적 불안증을 앓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서울지하철 추돌사고까지 발생해 그야말로 멘붕 상태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방황하는 형국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들은 북한 핵실험보다 재난안전문제가 훨씬 더 피부에 와 닿는 관심사로 떠오를 수밖에 없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4월29일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 시 정부의 초동대처 실패를 사과하고 재발방지책의 일환으로 국가안전처(가칭) 신설 방안을 발표했다.
즉 강력한 컨트롤타워 조직 신설을 통해 업무총괄 조정, 정보상황관리, 자원관리 및 동원, 현장지휘체계, 다자기관 조정(MACC), 위기대비훈련 등을 제대로 하겠다는 의지표명으로 방향을 올바르게 설정했다고 판단된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신설되는 국가안전처(부)가 옥상옥이라며 그 실효성을 두고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으로 나눠진 조직체계로 인한 대응체계 이원화, 자원관리 및 동원 미흡, 대책본부 난립, 현장지휘체계 혼란, 담당자 전문성 부족 등 문제해결을 위해 독립 전담기구의 신설은 반드시 필요하고 또 불가피하다고 본다.
미국도 2001년 9·11 테러 이후 통합재난대응을 위해 연방재난관리청(FEMA), 해안경비대 등을 모체로 국토안보부(DHS)를 창설했다. 이러한 지속적인 개선노력을 한 결과 2009년 뉴욕시 허드슨강 비행기 불시착, 2012년 허리케인 샌디 등과 같은 사고에 대응체제가 완벽하게 작동했던 사례를 상기시켜볼 필요가 있다.
이제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온 국민의 중지를 모아 국가재난관리의 틀을 제대로 구축해 안전하고 행복한 나라 만들기에 전력투구해야 한다. 그것만이 그동안 재난으로 피해를 입거나 희생당한 수많은 분들과 그 유가족들에 대한 도리이고 후손들에 대한 진정한 배려이자 복지 제공이다.
이러한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신설되는 국가안전처는 다음의 몇 가지 고려사항 내지 전제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우선 조직위상은 장관(부총리)급 기관으로 업무총괄 조정 통제, 정책수립과 집행, 부처 간 협력 등이 원활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조직편성은 포괄적 위협(험)에 동시 대처하도록 비상대비·민방위·재난 등을 함께 편성하고 지자체와의 업무 계선 구축도 간과해선 안 된다. 셋째, 지자체의 재난관리역량 강화를 위해 국가사무처리 제한규정 개정, 지자체장 책임과 의무규정 등 법적·제도적 보완책을 반드시 강구해야 한다. 넷째, 현장지휘관이 민관군을 지휘통제할 수 있도록 책임과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전문인력 양성과 확보를 위해 전문교육과정 신설과 취업알선대책, 그리고 단기적으로 군·소방·경찰 출신의 전직지원이나 민간전문가 신규채용 등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모쪼록 국가안전처 조직설계와 자문에 임하는 인사들은 이번 기회가 마지막이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신명을 다해주길 당부드리고 또 기대한다.
● 반대- 유재원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
재난 때마다 기구 급조했지만 효과 없어
기존 조직 기능 재편·책임강화가 우선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와 같은 국가적 재난의 재발 방지를 위한 해법으로 국가안전처 설립 방안을 내놓았다. 소방방재청·안전행정부·해양경찰청·경찰·해양수산부·건설교통부 등 다양한 재난관리 조직에 분산돼 있는 재난관리 기능을 국가안전처로 흡수·통합함으로써 강력하고도 일원화된 재난대응체계를 갖추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문제는 세월호 사태가 기구나 조직의 부재, 규정이나 매뉴얼의 미비가 아니라 관리·감독의 소홀과 재난 관련 조직과 구성원의 무능과 무책임으로 발생된 인재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전 정부와 마찬가지로 기존의 조직, 인력 및 제도의 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이 아니라 조직·기구의 신설을 통해 문제의 해법을 찾으려고 하고 과거의 실패나 경험으로부터 학습하지 못하는 지능이 낮은 정부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지난 수십년간 대형 재난사고가 발생했을 때마다 정부는 소방방재청이나 안정행정부의 안전관리본부 등 새로운 조직·기구의 신설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잡으려 했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삼풍백화점의 붕괴, 대구지하철 참사, 씨랜드 화재, 마우나리조트 붕괴 등의 일련의 대형 사고가 우리 사회에서 끊임없이 발생해왔다. 신설 예정인 국가안전처는 몸집이 큰 공룡 아니면 신장이 큰 거인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국가안전처가 분산돼 있는 다양한 재난 관련 조직의 관리 기능을 완벽하게 흡수하게 될 경우 국가안전처는 공룡과 같은 매우 비대한 조직이 된다. 만약 관련 재난관리 기능의 일부만을 흡수하게 될 경우 기존의 조직위에 새로운 조직을 두는 옥상옥의 문제를 피하기 어렵다. 공룡이든 거인이든 재난 발생 시 신속하고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공통적인 한계가 있다.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해법은 국가안전처라는 하나의 일원화된 조직을 신설하는 것보다는 기존의 다수 재난관리 조직을 문제해결 능력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정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재난을 지하철 재난, 해상 재난, 항공 재난, 지진 등 다양한 형태로 유형화하고 재난별로 전담 조직을 지정해야 한다. 둘째, 특정 재난관리에 필요한 기능과 권한을 관련 재난관리 조직에 부여하는 대신 기관장이 모든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전문적인 용어로 표현하면 전문화의 원리, 동질성의 원리, 계층제의 원리에 따라 기존의 재난관리 조직과 기능을 재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원화된 거대 재난관리 조직보다는 재난 유형별로 다원화된 소규모 재난관리 조직들이 전문성·신속성·책임성의 측면에서 명확한 비교 우위가 있다. 재난을 관리할 컨트롤타워를 둬야 한다면 그 역할은 재난관리 기능의 직접 수행이 아니라 다원화된 재난관리조직의 기능을 지원하고 재난관리 조직 간의 협력과 협업을 촉진시키고 상황의 변화에 따라 재난 조직들 간에 재난관리 기능을 재분류하는 데 둬야 한다. 이러한 역할을 수행할 재난 컨트롤타워로는 현행 국무총리실의 중앙안전관리위원회나 안전행정부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