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파생상품시장 청산소 설립주체는 매매 체결기관이 중심이 된 수직적 형태보다 각 기관이 독립성을 갖고 운영되는 수평적 방식이 낫습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장외파생상품시장 청산거래소(CCPㆍ중앙청산소) 제도도입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무분별한 장외파생상품 경쟁이 금융위기를 초래했다는 반성에서 출발한 CCP 설립 논의는 주요20개국(G20) 피츠버그 정상회담에서 의무화를 규정함에 따라 설립추진이 빨라지고 있다.
한국의 경우 이 중 주된 관심은 청산소 설립주체다.
영국의 장외파생상품 매칭(매매확인) 업무를 전담하고 있는 제프 구치 마킷와이어 회장은 "한국에서 청산소를 설립한다면 매매와 청산 시스템이 하나로 통일되는 구조보다는 각각의 기관이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수평적 형태가 효율적"이라며 "한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국가나 지역에서 발생하는 청산거래를 할 수 있고 매매비용 역시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트렌드 역시 청산소를 별도로 설립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 청산소를 설립한 주요 증시 중 거래와 청산이 한곳에서 수직적으로 이뤄지는 곳은 시카고상품거래소(CME)가 유일하다. 독일과 홍콩ㆍ싱가포르의 경우 매매체결ㆍ예탁결제ㆍ청산 등이 지주사 아래 모여 있어 형태상으로는 수직적이지만 실제 거래와 청산은 각 기관에서 별도로 이뤄진다.
주로 정부 주도로 청산소 설립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한국의 경우 시장 참여자들의 역할을 보다 확대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유럽이 빠른 기간 안에 청산소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었던 데는 철저한 이용자(유저) 중심의 전략이 제도의 효율성을 높였기 때문이다.
영국과 함께 청산소 운영에 가장 적극적인 독일의 알리슨 메이킹 유렉스 클리어링 부회장은 "유렉스 클리어링은 금융위기 이후 장파상품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절감한 10개 투자은행(IB)이 유럽위원회에 긴급 제안한 것이 계기가 돼 설립됐다"며 "CCP 도입을 앞두고 있는 한국 역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민간 협의체를 중심으로 제도도입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메이킹 부회장은 특히 "정부 의지가 많이 반영됐다고 알려진 미국 역시 실제는 시장이 먼저 제안해서 청산소 설립이 이뤄졌다"며 "다만 CCP는 기본적 특성 상 보수적이고 마진이 높지 않기 때문에 모럴해저드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 이를 감독기관의 견제로 뒷받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CCP=중앙청산소(CCPㆍCentral Counterparty). 장외파생상품 거래의 결제위험을 인수해 거래 상대방의 신용위험이 집중되도록 하고 회원자격의 제한 및 포지션과 증거금 관리 등의 역할을 수행하는 시스템 또는 기관을 말한다. 이전까지는 사적 계약인 장외파생상품 거래의 청산과 결제 책임을 당사들에게만 맡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