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11·23 연평도 도발] 국방 전문가 대담<br>무차별 포격 김정일 지시없이는 불가능<br>軍준비부족·교전수칙 얽매여 대응 미흡<br>北고립시킬수록 美·中대결 고조 우려<br>남북 한반도 주도권 쥐려면 평화체제로 가야
| 한기호(왼쪽부터) 한나라당 의원, 신학용 민주당 의원, 김근식 경남대 교수,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가 25일 국회 회의실에서‘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긴급 좌담회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동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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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11ㆍ23 연평도 기습도발에 대해 대응 적절성 논란과 앞으로의 대응 방향, 전략전술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지난 3월 천안함 사건으로 보수ㆍ진보 간 국론 분열로 많은 대가를 치러야 했던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때다.
서울경제신문은 북한의 연평도 도발 배경과 한반도를 둘러싼 앞으로의 시나리오, 우리 정부의 대응 방향과 전략을 논의하기 위한 긴급 국방 전문가 좌담회를 25일 국회에서 열었다. 정치권에서는 6개월 전까지 육군 5군단장(중장)이었던 한기호 한나라당 의원과 국회 국방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신학용 의원이 나섰고 전문가그룹에서는 보수와 진보를 대표해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와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각각 마주 앉았다.
-이번 북한의 연평도 도발 의도와 배경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한기호 한나라당 의원(이하 한 의원)=북한은 경제 지원을 받아야 하는데 북한이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보다 우위에 있는 힘은 군사력밖에 없다. 즉 이번 연평도 도발은 북한이 지원과 대화를 끌어내기 위한 무력시위의 성격이 짙다. 북한은 배가 고프다.
또한 이번 도발의 배경에는 김정일과 김정은이 있다. 민간인에게 쏜 것이 북한의 계획이냐, 기술적 문제에 따른 사고였다고 해도 사전에 의도했다고 봐야 한다. 연평도 군사시설과 민간인지역 간의 거리는 300m에 불과하다. 그 거리에서 170발을 군사시설에 쏘면 민간인은 자동으로 맞는다. 이 같은 방식으로 포를 쏜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를 받은 게 명확하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이하 신 대표)=이번 도발은 우리가 서해상에서 남쪽으로 사격 준비를 하는 중에 발생했다. 우리 군은 어로행위의 안전을 위해 사격연습 1주일 전 인터넷에 날짜를 띄운다. 이를 통해 북한은 우리가 사격연습 하는 날짜를 알 수 있으며 (포의 방향을 북쪽이 아닌 쪽으로 돌려놓고 있는 상황에 맞춰) 도발날짜를 택한 것이다. 또한 정확도가 높은 방사포를 민가지역의 파출소와 우체국, 면사무소 창고 등 행정과 통신 지휘시설을 집중 타격했다. 최소한 북한의 김격식 4군단장의 지휘 없이는 할 수 없는 공격이다.
▦신학용 민주당 의원(이하 신 의원)=북한에 가장 중요한 게 생존과 세습정권의 공고화인데 (대내외적으로) 굉장히 압박감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군부의 단합을 보이기 위해 모험을 강행한 것이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이하 김 교수)=이명박 대통령에게 전쟁이냐 (대북 강경) 정책 전환이냐의 선택을 강요하기 위해 최고조의 긴장을 유발한 것 같다. 북이 그간 이산가족 상봉, 적십자회담, 대승호 석방 등 유화정책을 폈다. 그럼에도 정부의 정책 기조가 달라진 게 없었다. 그래서 이 판으로 가면 우리에게 남는 게 없다고 보고 판을 완전히 흔들어 자기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 같다.
-우리가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책임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신 의원=전투기ㆍ함정을 동원해 폭격하다 보면 전면전으로 가지 않는다는 확신이 없다. 연평도 포격만으로도 모든 것을 황폐화시키고 사람들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는데 전면전으로 이어졌다면 생각하기도 어렵다. 확전 방지로 이어진 것은 잘된 일이다.
▦김 교수=일부는 F-15K 전투기를 띄워 궤멸시켰어야 한다고 하는데 그렇게 안 한 게 다행이다. 정서상으로는 미사일을 쏴서라도 포를 무력화시켜야 하지만 우리 비행기가 뜨면 저쪽도 비행기가 뜨게 되고, 그렇게 공중전으로 간다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오기 때문에 적 도발에 대해 상응하는 정도로 대응하는 게 바람직했다. 대통령의 확전 방지 발언도 그런 우려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고 합리적인 반응이었다.
▦한 의원=무엇보다 우리의 의지력이 있었는지, 준비가 돼 있었는지, 준비했다면 행동으로 옮겼는지를 봐야 한다. 의지력을 보면 말만 했지 내면적 의지가 약했다. 준비도 마찬가지다. 행동은 교전수칙인데, 교전수칙은 지켰으나 수칙 자체가 상황에 안 맞게 돼 있다. 교전수칙은 쌍방이 비슷한 상황일 때 적용해야 하는 것이다. 당시 우리는 이미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교전수칙을 넘어서 행동해야 하는데 현지 지휘관이나 군 수뇌부가 교전수칙에 얽매여 대응하지 못했다.
▦신 대표=우리 정부와 국방부ㆍ군이 안일했다. 천안함 이후 수많은 세미나와 토론을 통해 각계 모든 전문가가 차후 북한은 서북도서에서 국지적으로 도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도발에서 우리 군이 자주포를 80발만 쐈는데 왜 그랬나. 장착해 당장 사용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아마 이 사건 이후로 북한이 또 다른 도발을 어떻게 진행할지 많은 연구가 나올 텐데 정부가 귀를 기울여야 한다.
-앞으로 예상 가능한 북한의 도발 시나리오는.
▦신 대표=이제는 공중세력을 동원해 순식간에 치고 빠지는 폭격이나 폭격 후에 게릴라를 동원, 서해5도 지역의 육상을 침투해 지휘부를 점거하고 빠지는 충격을 줄 수 있다.
핵테러도 예상할 수 있다. 북한은 이미 고농축 우라늄을 가지고 있다. 핵을 탑재한 잠수함을 우리 영해로 보내 좌초시키는 테러를 생각할 수 있다.
▦한 의원=그동안의 도발 양상을 분석하면 북한은 6ㆍ25 이후 처음에는 휴전선을 넘나들며 게릴라 침투를 벌였다. 그러나 휴전선이 막히자 해안에 침투했다. 그 다음에는 천안함 같은 도서지역 도발을 벌였다. 그 다음에는 우리 군사력을 배치하지 않은 무인도를 점령할 수 있다.
-정부의 대북 강경책 지속이 바람직하다고 보는가. 일부에서는 북한의 중국 예속화와 대북 억제 지렛대가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신 의원=이 대통령도 현실주의자로 힘으로는 절대 안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 현실주의자도 대화를 못 하는 것은 ‘ABR(Anything But Rohㆍ노무현과 다르게)’가 큰 것 같다. 이 대통령도 현실적이기 때문에 분명 남북대화를 해야겠는데 ABR이 짓눌러왔다. 이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현실적으로 들어가면 될 것이다. 단지 여기에 발목 잡혀 대화를 못하는 것이다.
▦신 대표=중국은 사실 북한이 날뛰면 기분이 좋다. 다들 중국만 바라보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실험하고 천안함을 터뜨리고 안전보장이사회를 거부하면 중국의 정치적 역량은 점점 올라간다. 중국은 북한을 놓으면 미국과 카운터파트너 역할을 놓치게 되니 북한과 대치하지 않으려 한다. 북한이 강경하게 나가면 이런 문제가 생긴다.
▦한 의원=전세계 분단국가를 보면 어느 한 정권이 무너지지 않고 통일된 나라가 없다. 내(남한 정부)가 무너지든 김정일 정권이 무너지든 둘 중 하나다. 대화로 성공한다는 생각은 개가 웃을 일이다. 북한은 지금까지 타협해서 된 적이 없다.
▦김 교수=북한이 망하지 않고는 문제 해결이 안 된다는 게 여당 의원의 공식적 발언인데 정부에 그런 의식이 있는 한 한반도에서 적대관계는 해소되지 않는다. 기다리는 동안 어떻게 할 것인가. 화내고, 짜증내고, 국지적 도발에 빠지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수 있다. 항상 정부가 지난 정권 탓을 하는데 이미 3년이 지났다. 그동안 안보에 구멍이 났고 천안함 사건도 이명박 정부에서 발생했다. 앞으로 더 당할 것이다. 대북 강경책이 아무런 효과가 없음이 입증된 것이다. 외려 북한과 대화하고 협력하고 채널이 살아 있을 때는 적어도 문제관리는 됐다. 그게 끊기면서 군사적 긴장 속에 살고 있다. 지난 정부를 비판하면서 택한 게 훨씬 더 많은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향후 우리가 취해야 할 대응 방안에 대해 설명해달라. 중단기와 장기 측면에서 어떻게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할까.
▦한 의원=우리 내부적으로는 우선 연평도를 재해지역으로 빨리 선포해 국민적 관심을 갖고 복구하고 후속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또한 복무기간 단축은 이제 안 된다. 북한 군병력은 110만명이지만 우리 육군은 50만명에 불과하다. 우리 군이 과학전을 한다고 하지만 북한은 게릴라전으로 대응한다. 과학전 가지고는 안 된다. 게릴라전 하는 오사마 빈라덴을 과학전을 하는 미국이 잡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국방개혁 2020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
▦신 대표=단기적으로는 군사적 대응을 마련해야 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대화를 해야 한다. 군사적으로 가장 시급한 것은 다 접더라도 K-9 자주포를 늘려야 한다. 최소한 한 개 중대는 필요하다. 또한 이번에 13분 대응이 늦은 이유에 방산업체와 군 당국 간 엇박자가 있다. 삼성텔렉스에서 만든 레이더통신시스템과 군의 자주포 지휘시스템이 연동되지 않는다. 서로 코드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인데 이 때문에 수작업으로 계산하느라 시간이 지체됐다고 한다. 군이 방산업체에 끌려가는 구조적 문제가 있는 듯하다.
장기적으로는 한미가 공조해서 북한과 대화해야 한다. 북한도 대화하고 싶어 한다. 이명박 정부가 외교적인 슬기를 발휘하기를 바란다. 튼튼한 한미 공조를 바탕으로 미국을 설득해 북한과 대화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중국을 움직일 수 있다.
▦김 교수=이번 연평도 포격을 통해 군 전력 강화, 대응 태세, 국민 안보의식 강화에 이의를 제기할 국민은 없다. 그것은 절반의 대응이다. 군사적 대응만 한다면 비정규적 도발에 대해 사후대응밖에 못한다. 도발하지 않게 만드는 조건이 필요한데 이것은 평화체제다. 천안함으로 5ㆍ24조치가 이뤄졌지만 천안함 사태 이후 북한이 도발하지 않겠다고 했는가. 천안함으로 젊은이들 목숨이 안전해졌나.
과도한 무력도발은 평화체제를 구축하자는 북의 역설적 압박이다. 사태가 진정되면 평화체제 구축에 적극 나서 불안정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꿔 긴장의 서해를 평화의 바다로 만들어야 한다. 북한의 주장도 있고 주한 미군 등에 대해 시비를 걸 수도 있으나 논의 자체를 거부하고 백안시할 필요가 없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소규모 국지전이 일상화된 이스라엘을 떠올렸다. 확실히 대응하지 못하고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면 이스라엘처럼 일상적 전투의 위험 속에서 살아야 한다. 그런 나라가 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신 의원=현실을 인식하고 대북정책을 벌여야 한다. 백배, 천배 확전하고 일사불란하게 전면전을 해봐야 무엇하나. 중국이 뒤에 버티고 있다. 전면전에 나서면 중국이 언제든 개입할 것이고 미국과 중국이 맞붙을 것이다. 중국은 이미 한국이 먼저 도발했다고 호도하는 형국이다. 서해에 항공모함이 온다는데 이율배반적이다. 유엔에서 제재 결의하고자 하면서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은 엇박자다. 북한은 우리가 고립시킬수록 중국에 예속될 수밖에 없다. 현실을 무시한 강경책은 말이 안 된다. 중국이 버틴 이상 우리가 전력이 세다 해도 전쟁에서 결코 이길 수 없다.
서해가 중국과 미국의 대결장이 됐다. 우리만을 위해 미국이 움직일 것이라는 예상은 틀렸다. 미국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가 서해에 온다고 하니 우리가 오지 말라고 말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왜 오지 말라느냐고 할 만큼 미국은 우리 안정보다 자기들의 세계 경찰전략이 우선이라는 점을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 남북이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쥐는 방법은 평화체제 구축뿐이다. 북한이 중국에 의지하는 이상 미국과 중국의 대결구도로 가면 우리는 들러리밖에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