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부채상환비율(DTI)·주택담보인정비율(LTV) 완화를 골자로 한 '7·24 부동산 대책'이 나온 지 한 달이 지나면서 서울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오른 호가에도 거래가 잇달아 성사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방안 발표 이후 집주인들이 호가를 높이고 매수자와 치열한 힘겨루기에 들어간 가운데 시간이 지나면서 오른 가격에 매수에 나서는 수요자들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애초 시장에서는 추석 연휴가 끝날 때까지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매수자들의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주택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팀장은 "전체 주택시장은 휴가 시기가 겹쳐 큰 변화가 없지만 강남을 중심으로 일부 재건축 단지에서 추가 매수세가 형성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남 재건축 호가 상승에도 거래 잇달아=24일 부동산 중개 업계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는 이달 들어 9건의 거래가 완료됐다. 매달 평균 4~5건 정도 거래된 것에 비하면 7·24 대책 발표 이후 거래가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잠실동 J공인 관계자는 "정부가 부동산시장을 살리기 위한 일관된 정책을 펴고 있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며 "매도자가 호가를 계속 올리려는 모습인데 매수자들은 오른 호가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매도자들이 호가를 높여 부르고 있음에도 매수세가 어느 정도 따라붙는 분위기다. 지난달 11억원대에 최저가 매물이 나왔던 잠실주공5단지 76㎡(전용면적 기준)의 경우 이달 들어 집주인이 가격을 1,000만~2,000만원 올렸는데도 최근 거래가 성사됐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 아파트도 이달 들어 거래가 늘고 있다. 개포주공1단지 50㎡는 지난달 8억2,000만원에 최저가가 형성됐지만 이달 호가가 1,000만~3,000만원 올랐고 최근에는 8억3,000만원짜리 물건이 팔리기도 했다. 개포주공 4단지 역시 이달 4건의 거래가 완료됐다. 개포동 M공인 관계자는 "당분간 관망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는데 예상외로 매수자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예전에 호가를 올린 뒤 거래가 끊겼던 양상과는 다른 분위기"라고 전했다.
◇가격 상승세 확산 속 지속 여부 관심=시장에서는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호가가 오른 뒤 추가 매수세가 유입되는 모습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매도자와 매수자 간 힘겨루기 속에 매수자가 먼저 움직이면서 앞으로 긍정적 분위기가 더 확산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는 모습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주 강남·강동·서초·송파 등 강남권 아파트는 전주 대비 0.15% 상승했다. 강동구와 강남구는 각각 0.24%, 0.21% 올랐고 송파구는 0.09%, 서초구는 0.06% 올랐다. 특히 재건축 대상 아파트부터 시작된 호가 상승은 이제 일반 아파트까지 확산되는 모양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센터 팀장은 "강남 등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오름세가 뚜렷하고 성북·노원 등 실수요자가 많은 지역의 일반 아파트도 최근 가격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집값 상승을 점치기에는 아직 조심스럽다는 의견도 나온다. 7월 말 이후 한 차례 호가를 올렸던 집주인들이 시장 분위기가 개선되면서 추가로 호가를 인상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어서다. 매도자와 매수자 간 입장 차가 더 크게 벌어질 경우 거래 증가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잠실주공5단지 76㎡ 아파트의 한 집주인은 11억1,000만원에 물건을 내놓았다가 최근 매물을 거둬들인 뒤 11억5,000만원에 다시 내놓기도 했다.
개포동 H공인 관계자는 "예전과 분위기가 달라지긴 했지만 아직 본격적인 매수세 확산으로 보기는 조심스럽다"며 "급격한 변화보다는 거래량 증가와 가격 상승이 서서히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