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특별기고] '질 좋은 성장'의 지름길

질 좋은 성장. 이는 지난 2월 필자가 산업자원부 장관에 취임하면서 제시한 우리 산업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질 좋은 성장’이란 무엇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성장과 고용이 선순환구조를 이루면서 그 성과가 모든 국민에게 골고루 파급되는 성장’이라고 정의하고자 한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세계가 감탄할 만한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70년에 254달러에 불과했던 1인당 국민소득은 2005년 1만6,300달러로 껑충 뛰어 35년 만에 무려 64배나 늘었다. 같은 기간 수출은 8억4,000만달러에서 2,844억달러로 338배 증가했다. 조선ㆍ반도체 등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으로 도약했으며 전반적 기술력도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해졌다. 경제 성과, 전국민에 파급돼야 다른 나라들이 부러워할 만한 성과이고, 실제로 3월 초 노무현 대통령을 수행해 알제리를 방문했을 때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우리 대통령께 경제발전의 노하우를 가르쳐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화려한 성장의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도권과 지방간 격차가 심화된 것이다. 혹자는 이에 대해 ‘시대의 필연적 산물’이라며 ‘그나마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양호한 편’이라고 주장한다. 일리 있는 지적일 수 있다. 하지만 엄연히 문제점이 존재하고 이를 인식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결과’라며 방치할 수는 없다. 질 좋은 성장의 취지는 바로 이 같은 고도성장의 이면, 어두운 그늘을 조금이라도 밝게 하는 것이다. 질 좋은 성장을 구체화하기 위한 3대 전략, 9대 추진과제가 3일 확정됐다. ‘고용’ ‘균형’ ‘혁신’ 등 3대 전략을 기반으로 ‘신성장동력의 조기 산업화’ ‘산업기반 주도의 지역 균형발전’ 등 9개 과제를 추진한다는 게 골자이다. 9대 과제는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핵심 사안이지만 현시점에 각별히 관심을 기울여야 할 주요 과제는 ‘지역 균형발전’이다. 지역산업이 발전하면 혁신ㆍ고용ㆍ균형이라는 세 가지 숙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균형정책은 과거의 모든 정부들이 추진해왔다. 그러나 수도권의 집중을 억제하는 데 그쳐 지역산업을 적극 육성ㆍ발전시키는 차원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참여정부 들어 비로소 ‘지역산업의 발전을 통한 지역 자립화’라는 패러다임이 대두, ‘균형발전특별법’ ‘균형발전특별회계’ 등 법적ㆍ제도적 기반이 구축됐다. 이런 바탕 위에서 ‘4+9개 지역 진흥사업’ 등 지역산업발전 정책들이 체계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했다. 특히 올해는 균형발전정책이 본격 추진된 지 4년째 되는 해로 지역산업 발전의 토대 구축, 국내총생산(GDP)이나 수출에서의 지역비중 증가 등 의미있는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정부는 그동안 구축된 인프라와 성과 위에 지역산업 발전이 본격화될 수 있도록 기업의 지역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먼저 기업의 지방이전이 ‘물리적 이동’에 그치지 않고 지역의 장기적 발전전략과 연계될 수 있도록 ‘기업이전종합지원시스템’을 연내 구축할 계획이다. 지방이전 공공기관도 지역의 전략산업과 연계시켜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모색 중이다. 지역 균형발전에 역량 집중을 아울러 기업의 지역투자 촉진에 필요한 우수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이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살기 좋은 환경 조성’에도 관심을 기울일 계획이다. 우선 지역별로 애로사항을 점검한 후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기업경영환경개선 종합대책을 관계부처와 함께 추진할 방침이다. 또 국가산업기술 로드맵 수립과정에도 지역혁신기관이 참여, 국가과제와 지역과제의 연계성을 확보함으로써 지역의 기술개발이 체계적으로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지역은 우리의 보루이자 희망이다. 지역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지역은 우리의 과거와 현재ㆍ미래가 공존하는 곳이다. 그렇기에 우리 모두의 소중한 고향인 지역을 살리는 일에는 여당과 야당,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구분이 있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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