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문희 한국원자력학회장은 이번에 타결된 협정에 대해 "한미 원자력협정의 기본은 원자력의 평화적인 사용이 목적이 아니라 무기·군사화를 방지하겠다는 것이 근간인 것을 인정해야 한다"며 "사용후핵연료 등 에너지원을 모두 재활용하면 좋지만 더 많은 권한을 가지려다가 더 큰 제재를 당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답했다. 이어 장 학회장은 "아직 미국은 우리에게 기술을 허용하면 몰래 북한처럼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는 의심을 접지 않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도 "국민정서는 핵 주권이나 원자력의 자율적 연구개발을 위한 포괄적 동의를 얻기 원하지만 핵무기 개발을 하지 않는 이상 권한을 다 얻어내기 어렵다"고 전했다.
사용후핵연료 후기 공정인 전해정련도 한미 공동연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이번 협정에 넣기에는 무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윤종일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는 "파이로프로세싱 후기 단계는 한미가 오는 2020년까지 공동연구를 수행하는 중"이라며 "기술적인 타당성이 확보되지 않아 협정에 반영하기 어려운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학계 전문가들은 원천적으로 막혔던 핵연료 연구가 제한적인 자율성을 확보한 데 의미를 둬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협정에서 사용후핵연료 재활용 기술의 전반부 공정인 '전해환원'과 사용후핵연료의 방사성물질 등을 파악하는 '조사 후 시험'은 장기적인 기간을 정해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장기동의'를 확보했다. 단 사용후핵연료는 미국산만 사용하는 것으로 제한됐다.
장 학회장은 "1에서 10까지 다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없었지만 이번에 3~4 정도는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이 생겼다"며 "핵 주권은 얻어내지 못했지만 에너지 주권은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양국이 차관급 고위급위원회를 설치, 원자력 문제를 논의할 공식 통로를 뒀다는 데는 후한 평가를 내렸다. 정 교수는 "그동안 원자력 문제를 논의할 때 미국 담당자 누가 구체적으로 어떤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 모른 채 우리 요구를 전달해왔다"며 "위원회 설치로 권한이 있는 양국 차관급이 현안을 논의하면 더 수월하게 원자력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협정이 끝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 개정해 이익을 관철해나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윤 교수는 "재협정 기한이 40년에서 20년으로 단축됐다"며 "사용후핵연료 후기 공정 권한도 한미 공동연구를 통해 신뢰를 쌓으면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