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타협 기미조차 없다. 이날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 수석부대표는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 "우리 당은 헌법과 국회법에 규정된 예산처리 시한을 반드시 지켜 새로운 헌정사를 써나갈 각오"라며 "여야가 합의해 심사기한을 늘릴 의사가 전혀 없다"고 못 박았다. 반면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형식적인 법(국회 선진화법)을 이유로 법안이나 예산안을 날치기로 처리해서는 국민의 저항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맞불을 놓았다.
그러나 국회선진화법을 깎아내리고 지연전술을 펴는 야당의 태도에는 문제가 있다. 연금·공공기관·규제 등 이른바 '3대 공공 부문 개혁' 추진을 위해 야당과의 거래가 필요하다는 정치권 일각의 주장 또한 옳은 방향이라고 할 수 없다. 예산처리의 법정시한은 당연히 지켜야 할 의무사항이지 정치적 흥정거리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르면 내년도 예산안은 11월30일까지 심사를 끝내야 하고 그러지 못하면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돼 12월2일까지 처리해야 한다. 국회의원이라면 이 법을 준수해야 마땅하다.
더구나 지금은 경제형편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10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04.56으로 0.6% 하락해 저물가에 경기침체가 중첩되는 디플레이션 공포가 커져만 가고 있다. 신3저(저성장·저물가·엔저)의 그늘 또한 짙다. 소모적인 정쟁으로 시간을 허비할 때가 아니다. 여야는 경제활성화법을 속히 처리하고 민생 살리기에 힘을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