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해외주식투자마저 움츠러든다] 지금은 현금 쥐고 있을 때… '눈덩이' 부동자금 운용 비상

코스피 당분간 게걸음… 부동산 시장도 다시 냉기

각국 부양정책 확인한 뒤 투자계획 세우는게 유리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자영업자 이모(45)씨는 이달 초 코스피지수가 1,970포인트까지 오르자 일부 종목과 상장지수펀드(ETF)를 정리해 투자자산의 절반가량을 현금으로 바꿔놓았다. 중국 기업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와 금융시장 불안으로 방향성을 예측하기 어려워 당분간 투자를 보류할 생각이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회사원 최모(38)씨는 최근 여윳돈으로 투자를 하려다가 포기했다. 유럽 선진국 펀드가 좋다는 조언을 들었지만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사태로 서유럽과 러시아의 갈등이 커지면서 사태를 지켜보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국내 증시가 해외 변수들로 방향성을 가늠하기 어려워지자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일부 투자자는 포트폴리오의 절반가량을 현금 또는 단기투자처로 옮겨놓을 정도다. 반짝 온기가 돌던 부동산시장마저 순식간에 식으면서 갈 곳을 잃은 부동자금만 넘쳐나고 있다. 돈 있는 사람들의 자금 운용에 비상이 걸렸다.


전문가들은 중국 기업의 디폴트 사태와 경제지표 개선,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사태의 불확실성이 걷히는 모습이 확인되는 다음달 중순 이후 투자에 나서라고 조언한다. 지금은 현금을 들고 있는 게 낫다는 것이다.

올 들어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것은 예측하기 어려운 글로벌 변수가 많아 일단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자는 관망세가 커졌기 때문이다.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말 1,970포인트까지 회복했지만 중국 기업들의 디폴트 우려와 경제지표 부진,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서유럽과 러시아의 갈등으로 최근 1,930포인트대로 후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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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중국의 그림자금융(비은행권 고금리 금융상품)을 이용한 민간 기업들이 부실위험에 처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경제 전반에 경고음이 커졌다. 중국은 지난 1월에 이어 지난달 경제지표도 부진해 1·4분기 경제성장률이 7.5%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둘러싼 미국·서유럽과 러시아의 갈등이 커지고 있는 점도 국내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다. 미국 역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예상보다 이른 내년 초로 앞당길 수 있음을 시사해 글로벌 증시의 불확실성이 증가했다.

김진곤 우리투자증권 상무는 "대외변수들이 워낙 중요해 사태의 흐름을 지켜본 뒤 본격적으로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다음달 이후 중국의 1·4분기 경제지표가 발표되면 중국 정부가 후속조치를 취할 테고 우크라이나 크림사태도 현재보다 진정될 가능성이 있어 시간을 벌려는 투자자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우용하 삼성증권 SNI서울파이낸스센터 지점장 역시 "대외변수가 워낙 크고 돌발악재들이 많다"며 "현금성 비중을 20~30%까지 늘리는 고객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증시가 변동성이 작은 박스권에 갇혀 있는 점도 투자를 망설이는 이유로 보인다. 코스피지수는 올 들어 1,886~1,979포인트 사이에서 움직였다. 변동률이 4.7%밖에 되지 않는다. 하루 등락률이 가장 높았던 날은 1월2일로 2.29% 하락한 수준이었다. 반면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올 들어 1만4,008~1만6,121포인트에서 움직이며 변동률이 13.2%에 달한다. 4% 이상 떨어진 날도 있었고 3% 이상 오른 날도 있었다. 홍콩 역시 올 들어 항셍지수 변동률이 우리나라의 두 배인 8.9%(2만1,269~2만3,340포인트)다. 최철식 미래에셋증권 WM강남파이낸스센터 부장은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에 갇히면서 변동성이 예상보다 크지 않아 투자자들이 단기 성과를 얻기 힘들다"며 "상대적으로 해외 증시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는데 글로벌 변수들로 투자 타이밍을 찾지 못하면서 전체 투자가 주춤한 모습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의 박스권 움직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며 다음달 중순 이후 방향성을 살핀 뒤 투자하는 게 좋다고 추천한다. 글로벌 증시를 부양하기에는 미국·중국·유럽의 경기회복이 아직 더뎌 각 국가의 경기부양책을 확인한 뒤 투자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은 1월 이상기후 여파로 성장이 둔화되고 있고 유럽은 지난달 제조업구매관리자지수(PMI)가 5개월 만에 하락하는 등 경기 모멘텀이 강하지 않다"며 "중국마저 올 1·4분기 경제성장률이 7.3%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여 현재 분위기에선 주식 등 위험자산에 투자할 만한 유인이 부족하며 다음달 각 국가의 경기부양책을 확인하면서 투자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sed.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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