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각국은 미래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전략산업 육성과 첨단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새정부도 `과학기술 혁신과 신성장 전략`을 10대 국정과제의 하나로 선정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 중심의 신산업 정책이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서울경제신문 부설 서울경제연구소는 정부, 대기업, 벤처기업, 경제연구소, 증권회사 등 각계 산업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미래 전략산업 육성방안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 결과 새정부의 과학기술 중심 산업정책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평가한 응답이 57%,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한 응답이 17%로 나타났다. 전체 전문가 중 74%가 정책의 기본방향에 대해 상당히 우호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셈이다. 정책의 우선순위도 높게 나타났다. 선진국과의 생산성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 과학기술 정책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응답이 53%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반면 정부규제 완화(18%)나 재벌 개혁(10%), 금융시스템 선진화(10%), 노사화합(9%) 등은 과학기술혁신 정책에 비해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과학기술혁신 정책 기본방향= 과학기술혁신 정책의 기본방향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시각이 많지만 이 정책이 당장 일자리 창출과 지역균형발전에 대해 기여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과학기술혁신 정책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가능성을 평가하는 질문에서 `긍정적`이 38%, `매우 긍정적`은 4%였다. 긍정도 부정도 아닌 `보통`으로 평가한 사람은 44%로 가장 많았다.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기여 가능성을 평가하는 질문에서도 `긍정적`이라는 응답이 20%, `매우 긍정적`이라는 응답이 2%에 그쳤다. 반면 긍정도 부정도 아닌 `보통`으로 평가한 응답은 52%로 절반이 넘었다. 이는 과학기술혁신 정책의 효과가 당장 가시화되기 어렵다는 시각을 반영한다. 또한 세부적인 정책이 제시될 때까지 전문가들이 정책평가를 조심스럽게 유보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산학협동 강화에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산학협동에 기여할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평가한 응답은 58%, `매우 긍정적`이라는 응답은 11%였다. 따라서 새정부의 과학기술혁신 정책은 당장 일자리 창출과 지역균형 발전에 기여하기는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산업기반을 강화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6T분야 핵심인프라 수준= 전문가들은 현재 정보기술(IT), 생명기술(BT), 나노기술(NT), 환경기술(ET), 우주항공기술(ST), 문화기술(CT) 등 소위 6T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핵심 인프라가 상당히 부족한 것으로 진단했다. 선진국 수준을 100으로 볼 때 우리나라의 기초과학 수준은 47, 응용과학기술 수준은 65인 것으로 조사됐다. 우수인력 확보 수준은 64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이는 그 동안 미래전략 산업육성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우리나라 산학연 공동기술 개발 현황을 평가하는 질문에 대해서 `노력이 부족했다`는 응답이 41%, `매우 부족했다`는 응답이 3%이다. 반면 긍정적으로 평가한 비율은 14%에 불과하다. 기업들의 기술 상품화 노력에 대해 `긍정적` 또는 `매우 긍정적`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40%로 나타나 다소 양호한 평가를 받았다. 문제는 학계의 기초과학 연구 실적이 매우 미흡하다는 점이다. 학자들의 기초과학 연구실적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평가가 52%, `매우 부정적`이라는 평가는 15%나 됐다. 대학의 과학기술 교육 현황도 낮은 점수를 받았다. 대학교육 현황에 대해 `부정적`이 50%, `매우 부정적`은 20%나 돼서 70%에 달하는 응답자가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새정부의 중점추진 현안= 새정부의 과학기술혁신 정책은 어떻게 추진되어야 할까. 전문가들은 기술파급효과가 큰 분야를 선택하여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내다봤다. 기술 융합화를 고려하여 6대 기술(6T)을 모두 균등 지원해야 한다고 응답은 16%에 불과한 반면 예산이 적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 지원 방식을 택해야 한다는 응답은 84%에 달했다. 기획예산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6T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 예산은 미국의 2.2%, 일본의 10%, 독일의 30%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할 때, 6T 중에서 앞으로 세계시장에서 성장성이 가장 큰 부문은 IT(40%) ) BT(31%) ) NT(17%)의 순서로 나타났다. 반면 우리나라가 경쟁우위를 가질 수 있는 유망기술 분야는 IT(62%) ) NT(16%) ) BT(12%) 순서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이 BT 보다 NT의 가능성을 더 크게 보는 이유는 BT의 선진국 기술 수준이 워낙 높은 반면 NT 분야는 비교적 기술개발 초기단계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가장 큰 분야는 IT가 47%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으로는 BT(18%)와 NT(17%)가 거론되었다. 새정부가 중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현안 과제로는 산학연 연계 강화(43%)와 연구관리 효율화(20%)가 꼽혔다. 미래 전략산업의 핵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원천기술 개발(44%)과 기초과학과 응용과학의 연계 강화(40%)가 중요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연구개발 애로요인= 연구개발(R&D) 투자의 애로요인은 어느 한두가지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총체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자금부족(28%), 정부지원 미흡(25%), 우수인력 부족(24%), 시장수요 예측의 어려움(20%) 순서로 애로요인을 지적했다. 어느 한 요인이 크게 부각되지 않고 다수 요인이 비슷한 응답을 보였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는 새 정부의 과학기술혁신 정책이 자칫하면 난관에 부닥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무엇을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지 뚜렷하게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정부는 다수 전문가들이 중점 추진과제로 추천한 산학연 연계체제 강화에 중점을 두고 정책을 추진하되, 우수인력 양성을 위한 정책 방안과 시장수요 예측을 위한 정보력 강화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아울러 금융시장의 시스템을 강화하여 미래 전략산업에 대한 투자와 자금조달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산업구조 변화 전망= 과학기술혁신 정책이 성공하게 되면 장기적으로 미래 전략산업 비중이 크게 높아지게 된다. 이는 산업구조의 변화를 초래한다. 장기적으로 바람직한 산업구조는 어떠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전통산업과 미래 전략산업 비중이 45 대 55가 될 때 바람직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 새정부 정책으로 우리나라가 달성 가능한 산업구조는 어떤 모습일까.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우리나라의 미래 전략산업 비중이 51%가 될 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 달성 가능한 미래 전략산업의 비중이 이상적인 수준에 다소 못 미치지만 상당히 근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그러나 산업구조를 전통산업과 미래 전략산업으로 단순하게 양분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장래에는 기술 융합화 등으로 전통산업과 첨단산업의 연관성이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미래 전략산업이 발전하면 그만큼 우리나라 전통 주력산업의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란 점이다.
<팽성일 서울경제연구소 연구위원 papera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