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의 재정위기가 확산되는 와중에도 가장 먼저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던 아이슬란드는 3년 만에 국제금융시장으로의 복귀를 선언하는 등 남다른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이슬란드 중앙은행인 세드라방키의 마르 구드문드손 총재는 프랑스 싱크탱크가 주최한 한 콘퍼런스에서 "아이슬란드는 더 이상 금융위기를 겪지 않을뿐더러 외부 차입에도 의존할 필요가 없게 됐다"며 "아이슬란드가 다시 돌아왔고 곧 파워를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은행시스템이 거의 복구돼 금융위기 이후 실시했던 자본 규제를 완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아이슬란드의 이 같은 자신감은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이달 초 채권시장에서 10억달러를 성공적으로 조달하는 등 국제금융계의 신뢰를 되찾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한때 18%까지 치솟았던 아이슬란드의 금리수준도 빠르게 안정을 찾고 있다. 아이슬란드의 기준금리는 지난 2008년 말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직후 은행시스템이 붕괴되면서 18%까지 급등했다. 하지만 정부가 부실은행에 대해 법정관리라는 혹독한 처방전을 내리고 경기도 개선되자 크로나화가 강세로 돌아섰고 인플레이션 압력도 누그러지면서 14차례의 금리인하를 거쳐 현재 기준금리는 4.25%까지 떨어졌다.
아이슬란드가 다시 회생한 것은 금융위기 당시 무리한 차입으로 부실을 자초한 은행들에 대해 국유화를 단행하고 통화 유출입 등 자본 통제를 실시하는 등 단호한 처방을 내렸기 때문이다. 줄곧 구제금융으로 연명하며 정책 혼란에 휩싸여 있는 그리스나 아일랜드와는 대조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구드문드손 총재는 "실업률이 7.8%로 여전히 높고 인플레이션도 목표치를 웃돌고 있다"며 경기 추이를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유럽연합(EU) 및 유로존 가입 여부와 관련해 "단일 통화권을 형성하려면 무엇보다 경제 통합이 우선해야 한다"며 "그리스 사태 해결 추이를 지켜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