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업 PL법에 대비하려면

지난 1일부터 제조물책임(PL)법이 시행됐다. 소비자주권 시대가 열린 것이다. 앞으로 공급되는 모든 제품으로부터 발생한 재산 또는 신체상의 피해에 대해서 제조자는 자신의 과실 여부와 관계없이 제품에 결함이 있다면 배상책임을 져야한다. 더우기 제조물책임법이 정의하고 있는 '결함'은 매우 광범위한 적용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여기서 '결함'이란 불량품을 일컫는 제조상의 결함뿐 아니라 설계 또는 표시 상의 결함까지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단계에서 이 법이 기업경영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제 제조자는 제품개발과 설계ㆍ공정의 모든 과정에서 제품안전에 더욱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험으로 볼 때 제조물책임 소송을 제기 당한 적지않은 기업들이 큰 위기를 겪어왔다. 일본과 유럽 국가들도 이 법이 도입된 이후 소송 사건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배상판결이나 변호사비용 등 경제적 비용 못지않게 기업에 대한 이미지 악화 등에 따른 비경제적 손실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해 주고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대응을 할 것이 아니라 사전에 제조물책임 소송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품의 위험을 파악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이를 합리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첫째, 안전에 관한 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이때의 안전은 소비자의 입장에서 본 안전이 되어야 한다. 예견 가능한 우발적인 상황에 대비한 제품의 설계가 이뤄져야 할 것이며 제조공정상의 품질관리에도 더욱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제품의 개발ㆍ설계 등과 관련된 모든 문서의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과거에는 이러한 문서들은 기밀로 취급돼왔으나, 이제는 이 기록들이 모두 법원에 제출할 수 있는 서류라는 점을 감안하여 작성해야 할 것이다. 문서의 보존기간에도 유의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제품을 안전하게 만드는 노력이 기업의 비용증가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안전한 제품을 만드는 기업의 이미지는 더욱 좋아지고, 안전한 제품의 이미지는 다른 제품과 차별성을 갖는 효과를 볼 수 있어 수익성 증대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둘째, 안전한 제품을 만드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임무는 제품의 위험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고ㆍ표시 등을 과거보다 더욱 효율적인 의사전달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하며, 인간공학과 PL법 분야 전문가 등의 자문을 받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이러한 노력 이전에 안전장치 등을 통해서 위험요소를 최대한 제거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셋째,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제품의 사고 및 분쟁에 대한 대처방법과 해결책을 구체적으로 마련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제조물책임 분쟁조정위원회가 활성화돼 실효성을 갖는다면 소비자는 빠른 시일 내에 피해의 구제를 받을 수 있고 제조자 역시 소송 이전에 분쟁의 원만한 해결을 통해 혼란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위원회가 조기에 정착되길 기대해 본다. 넷째, PL소송에 대비한 재정적인 계획과 준비도 필요하다. 적당한 금액의 사내 적립금이 준비되어야 할 것이며, PL보험 가입을 통한 비용의 분산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PL보험료의 할인 여부, 또는 배상 받을 수 있는 범위와 경우를 적절히 파악해서 가입해야 함은 물론이다. 아무쪼록 소비자 시대를 맞아 우리의 기업들은 과거와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제품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안전에 대한 바람은 이제 더 이상 사치가 아닐 정도로 우리의 경제ㆍ사회 수준이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희진(국제변호사, 한국PL센터 회장)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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