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직업이든 그 세계에서만 통하는 말이 있다. 월가도 마찬가지다. 세계의 금융을 주무르는 월가 종사자들은 업무와 연관된 경우거나 때로는 일상적으로 많은 은어를 사용한다.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BI)가 최근 월가에서 통용되는 은어들을 정리해 보도했다.
우선 고객들이나 동료들을 비꼬려는 목적으로 사용되는 말들이다. 생선(fish)은 트레이더가 자신을 믿고 투자하는 고객을 지칭한다. 남자 트레이더들이 여성을 가리킬 때도 쓴다. 월가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체하는 분석가 등은 파이커(piker)라고 부른다.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터무니없는 이유로 어떤 상품의 매수나 매도를 추천할 때 놀리는 말로는 클라운그레이드(clowngrade)가 있다. 광대(clown)와 평가(grade)의 합성어다.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가 회사 내부에서 고객들을 미국의 TV쇼 캐릭터인 머핏(the Muppets)에 빗대 비하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인 바 있다. 그렇다면 월가에서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망할 뻔한 금융기관을 혈세로 구해준 구제금융을 어떻게 부를까. 바로 "머핏의 내장 빼먹기(fucked the guts out of the Muppets)"다. 이 밖에 월가 트레이더들은 업무시간에 딴청 피우는 일을 "시장조사 중(I'm doing market research)"이라고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투자와 연관된 은어 가운데는 월가의 투자귀재 워런 버핏이 CNBC방송에 나와 대형 인수를 의미하는 표현으로 사용하며 유명해진 '코끼리 사냥(hunting elephants)'이 있다. 정크드업(junked up)은 원래 '마약에 취했다'는 뜻이지만 월가에서는 특정 금융상품의 투자 비중을 급격히 늘릴 때를 가리킨다. 막대한 투자로 시장을 들썩거리게 하는 트레이더는 빅스윙잉딕(big swinging dick·BSD)이라고 한다. 파생상품에 투자하다 JP모건에 수조원대의 손실을 끼친 '런던고래' 브루노 익실이 한 예다. 월가 트레이더들은 한 사람의 경력을 끝장낼 정도로 위험한 투자에 대해서는 에프유머니(F-you money)라는 말을 쓴다.
업계 전문용어를 일상으로 가져오기도 한다. 월가 금융인들은 매수 포지션을 의미하는 '롱(long)'과 매도를 뜻하는 '쇼트(short)'를 일상에서 좋거나(롱) 나쁜(쇼트) 감정을 표현할 때도 쓴다. 경기 혹은 주식이 강세를 띨 때를 일컫는 업틱(uptick)도 비슷하다. 더 좋은 차나 집을 사는 등 생활형편이 나아질 때도 업틱이라고 한다.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상태임을 가리키는 낫헬드(not held) 역시 '문제없다'는 뜻의 일상어로 활용된다.
'거래에서 선수를 치다'라는 의미인 트레이디드어헤드(traded ahead)를 '마음에 드는 사람을 먼저 찜했다'는 연애용어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마약에 손대는 일부 금융인은 은밀히 주변에서 마약 구매 희망자를 모집하는 일을 북빌딩(book building·증권 공모가격 결정을 위한 사전 수요예측)이라고 부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