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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처음으로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사무총장을 배출할 것으로 확실시되면서 미국과 중국이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거버넌스 이슈를 주도하는 이른바 'I2(Internet of 2) 패권시대'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한국도 첫 ITU 고위직 당선이 확실시돼 국제사회에서 위상이 높아지고 글로벌 ICT 이슈에 대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2일 부산 벡스코에 모인 대부분의 각국 정부ㆍ민간 대표단은 23일 진행되는 ITU 사무총장 선거에서 단독 출마한 자오허우린 현 사무차장이 무난히 당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파세카 켓시 남아프리카공화국 관계자는 "자오허우린 후보는 30년 가까이 ITU를 위해 일했고 모든 대표들이 그를 잘 안다"며 "누구도 당선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처럼 중국인 출신 사무총장 탄생이 확실시되면서 인터넷 이슈, 통신규제, 정보통신 표준, 사이버 보안, 위성전파 등 ICT 거버넌스 문제를 놓고 미국과 중국이 팽팽히 맞설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사상 첫 ITU 고위직 배출이 확실시된다.
24일로 예정된 정보통신표준화총국(ITU-T) 국장 자리를 두고 이재섭(사진) KAIST 교수와 튀니지의 빌개리엘 자무시 박사, 터키의 아멧 에르딘츠 박사 등 총 3명이 경합 중이다.
이 박사는 지난 26년 동안 연구반 의장 등 ITU-T 분야에서 꾸준히 활동한 경험과 지속적인 선거 캠페인을 통해 압도적 지지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최국이자 의장국 후보라는 점도 큰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로버트 페퍼 미국 대표단 겸 시스코시스템즈 부사장은 "이 박사는 매우 강력한 후보"라며 "개최국이기 때문에 많은 나라들이 한국을 지지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브루스 그래시 차기 ITU 사무차장 후보도 "정부가 지원을 철회한 멕시코 후보나 자오허우린과 경쟁했던 터키는 개최국 이점을 살리지 못했다"며 "한국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밀면서 개최국 이점을 충분히 살리고 있어 이 박사가 당선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 아프리카 국가대표는 "이 박사는 개인적 역량도 뛰어난데다 지역 배분에도 강점을 갖고 있고 캠페인도 열심히 했다"고 분석했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도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고위직 진출에 성공하면 정책과 외교에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예상대로 ITU 고위직 배출에 성공하면 글로벌 ICT 거버넌스 논의의 중심부로 들어가게 된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ITU 고위직을 확보하게 되면 미국과 중국,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에서 양측을 조율하고 그 틈바구니에서 한국의 위상과 목소리를 높이는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