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타임스의 평가처럼 ‘다저스 괴물’ 류현진(26ㆍLA 다저스)의 첫 공식 등판은 짧지만 강렬했다.
류현진은 2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캐멀백 랜치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메이저리그 시범경기(2대2 무)에서 다저스의 두 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한국에서 7년간 통산 98승(한 시즌 평균 14승)을 쌓은 실력을 미국 타자들 앞에서 정식으로 뽐낸 첫 무대였다. 성적은 1이닝 동안 16개의 공(스트라이크 9개)을 던져 안타 1개 허용에 무실점. 볼넷이나 몸에 맞는 공은 없었고 삼진도 1개 뺏었다. 2아웃을 잡은 뒤 3루타를 맞는 아찔한 장면도 있었지만 후속 타자를 잘 처리해 위기 관리 능력에서도 합격점을 받을 만했다. 8명이 겨루는 선발 투수 경쟁에서 첫 단추를 잘 끼운 것이다.
경기 후 류현진은 “볼넷을 주지 않겠다고 며칠 전부터 다짐했는데 볼넷이 없어 만족스럽다”면서도 “조금만 높은 공이 가면 여지없이 장타가 나오겠더라. 오늘(25일)도 그랬다. 실투를 줄이는 것이 관건”이라고 자세를 낮췄다.
이날 류현진의 체인지업(홈 플레이트 근처에서 궤적이 바뀌는 변화구)은 명불허전이었으나 커브(큰 포물선을 그리며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는 다소 불안했다. 류현진은 ‘다저스 전설’ 샌디 쿠팩스에게 커브 과외를 받고 있지만 아직 완성 단계가 아니다. 1대0으로 앞선 3회 말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블레이크 테코트를 투수 앞 땅볼로 아웃시킨 뒤 고든 베컴은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했다. 이 둘에겐 전부 체인지업으로 승부를 걸었고 ‘명품’으로 유명한 류현진표 체인지업은 미국에서도 위력적이었다. 하지만 2사 뒤 드웨인 와이즈에게 던진 커브는 각이 덜 떨어진 탓에 1루 베이스 옆을 꿰뚫는 3루타로 이어졌다. 다행히 제프 케핑거를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 실점은 면했지만 밋밋한 변화구에 경각심을 갖게 하는 경험이었다.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은 “직구와 체인지업은 무척 좋았다”고 평했다. 류현진은 다음달 2일엔 선발 투수로 등판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