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삼성전자, ‘바다’ 운영체제 개방이 답이다

데이빗 핀처 감독의 지난 2009년 영화 '벤저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 주인공 벤저민은 희귀병을 갖고 태어난다. 80살 노인으로 태어났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젊은이가 된다. 벤저민은 주위 사람들이 늙어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자신의 '거꾸로 인생'을 비관한다.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를 놓고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는 연일 우려의 목소리를 내보낸다. 휴대폰 시장 진출을 공개적으로 선언한 구글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공포감은 더욱 커진다. 안드로이드폰 1위 제조사로 부상한 삼성전자가 '호랑이 새끼'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도 구글의 인수 소식이 전해진 다음 달 긴급사장단회의를 소집하고 상황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IT 업계의 중심은 이미 소프트웨어로 이동한 지 오래다. 애플의 대표 제품은 아이폰과 아이패드지만 핵심 경쟁력은 운영체제와 앱스토어에 있다. 세계 1위 칩셋 업체 인텔은 지난해 보안업체 맥아피를 77억달러에 샀다. 삼성전자가 하드웨어 경쟁력에 매진하는 사이 경쟁업체들은 거꾸로 소프트웨어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글로벌 IT 시장이 구글, 애플, MS의 3강 구도로 재편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세계 1위 IT 제조사인 삼성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떨어지는 삼성전자가 단순한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삼성전자에는 비밀무기가 하나 있다. 글로벌 스마트폰 운영체제 시장에서 5위로 부상한 '바다'가 주인공이다. 국내에는 생소하지만 바다 스마트폰은 1년 남짓한 기간에 해외에서 800만대가 넘게 팔렸다. 지금 삼성전자에게 필요한 것은 해외업체의 인수합병이 아닌 바다를 개방형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여러 휴대폰 제조사들이 앞다퉈 바다를 채택하면 바다의 또 하나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본전 욕심을 버리고 LG전자와 팬택이 자존심을 잠시 접으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글로벌 IT 공룡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삼성전자의 '거꾸로 전략'이 무엇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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