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금융권 빅뱅, 밥그릇 싸움 될라

지배구조재편 예고따라 임직원 자리다툼 가능성<br>부실 中企에 대출 외면등 공적기능 약화 초래 우려


내년 3~6월까지 우리ㆍ하나ㆍ신한금융지주의 지배구조재편이 잇따라 예고되는 가운데 자칫 금융기관들의 보신주의와 공적기능 약화가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우리지주 민영화와 하나지주의 외환은행 인수, 신한지주 지배구조 재정비 등의 '금융 빅뱅'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계열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외면, 금융그룹 임직원들의 밥그릇 다툼과 같은 고질병이 재발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재 시중은행들은 끊임없이 유입되는 고객자금을 굴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기업대출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인수합병(M&A) 등의 이슈를 안고 있는 금융지주 계열 은행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부실 가능성이 높은 중소기업 대출 확대에 부담을 안고 있다는 게 금융권의 전언이다. 한 대형시중은행의 자금담당자는 "대출 부실이 늘어 은행의 충당금 적립 요인이 증가하면 해당 은행은 소속 지주사의 M&A를 지원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며 "따라서 은행이 영업건전성을 높이고 지주의 M&A를 돕는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게 (중소기업과 같은) 저신용고객에 대한 대출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신한지주의 경영진 간 분쟁도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 확대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신한 사태는 중소기업에 대한 일부 경영진의 부당대출 의혹이 표면화되면서 시작됐는데 이것이 은연중에 은행권의 중소기업대출 기조를 심리적으로 위축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의 여신심사위원회 소속 임원은 "여심심사위원으로서는 신한 사태를 강 건너 불 보듯 할 수 없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건전성이 불확실한 중소기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출 지원을 주장했다가는 나중에 부실 대출을 초래했다는 이유로 배임, 알선수재 혐의로 추궁을 당할 수 있다는 심적 부담감이 커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배구조재편을 앞둔 금융지주 산하 은행들의 공적기능은 위축될 가능성은 높아진 반면 해당 그룹 내에서 임직원자리 챙기기 경쟁, 처우 개선 등을 둘러싼 알력은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에서는 하나은행 노조가 오는 12월1일 경영진의 지배체제를 성토하는 조합원대회를 열 예정이고 외환은행 노조 역시 하나지주로의 피인수를 극렬히 반대하고 있다. 금융권은 해당 노조의 요구가 결국은 임금 챙기기 다툼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하나지주의 외환은행 인수를 앞두고 하나은행 노조는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 상승을 요구하는 것이며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은행 수준으로 임금이 하향평준화되는 것을 막고 인력구조조정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전 포석을 놓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한지주에서는 내부 인사 간 법정 분쟁 과정에서 재편 중인 차기 경영진 자리를 놓고 눈치보기와 줄서기의 폐단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 회사 사정에 밝은 금융권의 임원은 "신한지주 경영진이 바뀌게 되면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는 물론이고 주요 임원직으로까지 줄줄이 물갈이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아직은 서로 눈치만 보는 형국이지만 나중에는 파벌이나 줄서기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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