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따르릉∼" 대한민국은 지금 `긴급전화중'

한해 1천500만건… 2.1초마다 긴급전화 1통

"강남(소방서), 강남, 삼성동 강남소방서 후문차량 전복. 지휘차, 펌프차 출동" 지난 18일 오후 서울 중구 예장동 서울소방방재 본부 종합방제센터 119 상황실. 1천만 인구가 사는 서울의 119 신고를 모두 처리하는 16대의 119 접수대가 말그대로 `불이 난다'. 작년 한 해 긴급 전화의 `대명사' 119 신고만 전국적으로 1천여만건. 여기에 긴급전화의 `양대 축'을 담당하는 경찰 112 신고 500여만건까지 합하면 1천500여만건의 긴급전화가 `1년 365일' 24시간 울리는 것이다. 2.1초마다 긴급전화 한통이 울리는 셈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긴급 전화중'이다. ◇ "집에 갈 차 보내달라" = 종합방제센터 상황실에서 7년째 119 신고 접수를담당하는 박홍준(40) 소방교의 왼쪽 귀는 항상 빨갛게 달아올라 있다. 헤드셋 모양의 119 송수신기를 항상 끼고 24시간 꼬박 근무한 뒤 24시간 휴식을취하고 다시 12시간을 쉴새없이 근무해야 하는 박 소방교에게 생긴 `직업병'이다. 상황실 정면엔 9m×3.6m 크기의 영상정보시스템이 설치돼 있고 대형화면을 통해 서울 시내 23곳에 2대씩 설치된 46대의 화재감시카메라에 잡힌 영상이 실시간으로 전달된다. 박 소방교가 받는 119 신고 전화 건수는 1시간에 평균 30건 정도다. 119의 `기본'인 화재는 물론 단순 접촉 사고부터 응급 환자사고, 한강투신 신고,장난전화까지 별의별 신고를 접수하려면 판단력과 침착함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갑작스런 사고를 당해 당황한 신고자를 안심시키는 상담사 역할도 해야 하고 신고를 접수한 뒤에는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 관할 소방서에 적절한 출동 지시를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작년 9월부터 휴대전화 위치추적까지 가능해졌어요. 사고가 나서 당황한 신고자가 위치를 정확하게 말하지 않아도 대략적인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거죠" 요즘엔 다행히 "불 났어요. 제 마음에…" 식의 장난 전화는 많이 줄었지만 술에잔뜩 취해 119를 개인 민원 해결 전화로 착각해 술주정을 부리는 사람도 여전히 많다고 했다. "술 마시고 시비조로 전화를 거시는 분들을 상대하는 게 정말 곤란해요. `내가낸 세금으로 월급받는 주제에 내가 술 먹고 내 집 간다는데 왜 차를 안 보내느냐'는식이죠" 박 소방교는 "제발 술 마시고 집에 돌아갈 때는 119가 아닌 콜택시 번호를 눌러달라"고 당부하면서 더 말을 붙이려던 기자를 뒤로 하고 다시 119신고를 받기 시작했다. ◇ 112, 500만건 첫 돌파..119는 1천만건 = 작년 112와 119신고를 합하면 1천500여만 건으로 전화를 걸 수 있는 인구를 4천500만명 정도라고 잡으면 국민 3명에 1명은 긴급 전화를 걸어 본 셈이다. 지난해 경찰에 접수된 112 신고 건수는 501만2천17건으로 처음으로 500만건을돌파했다. 하루평균 1만3천여건의 112 신고가 경찰에 접수되고 있는 셈이다. 주로 범죄신고용인 112신고에도 119와 마찬가지로 술에 취한 사람의 주정, 단순한 자동차 고장 등 `민원성' 전화가 41.3%로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으며 오후8시∼오전2시 사이의 야간시간대 신고(40.0%)가 집중됐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2004년 전국적으로 접수된 119 신고 건수는 모두 1천144만7천471건으로 이중 화재 신고는 18만1천25건(1.63%), 구조와 구급 신고는 각각 18만1천989건(1.6%), 144만2천815건(12.6%)이다. 또 오접속을 포함한 무응답이 전체 119 신고의 절반에 달하는 534만826건(46.6%)이고 병원이나 길안내 등 민원성 전화도 143만9천20건(12.6%)에 달했다. 작년 전체 119 신고 접수 건수는 아직 정확히 집계되지 않았지만 현 상황을 감안하면 1천만건을 약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접수된 119 신고 중 화재와 구급, 구조와 관련해 출동을 나간 건수만 합하면 모두 109만1천844건으로 2004년에 비해 4만6천469건이 증가했다. ◇ `112'↑ `119'↓ 추세 = 경찰의 112 신고건수는 해마다 증가세를 거듭하고있지만 119는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해 처음 500만건을 돌파한 112 신고 건수는 10년전인 1995년에 비해선 3.84배, 전년도(2004년)보다는 6.8% 늘어났다. 2년전인 2003년보다는 무려 100만건 정도가 증가했다. 2002년과 2003년 접수된 119 신고 건수는 각각 1천484만5천여건과 1천406만9천여건이며 2004년엔 1천144만7천여건으로 119 신고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경찰청 지역계 오승훈 주임은 "112 신고 증가는 국민이 112 신고를 가깝게 생각한다고 볼 수 있는 반증"이라며 "예전보다 경찰을 친근하게 여기다 보니 치안 서비스에 대한 욕구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 주임은 "경기가 좋아지면 신고 건수가 줄어들고 내수 경기가 침체되는 등 경기가 어려우면 신고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는 형편이 어려워지면 민생치안범죄가 증가하는 등 사회가 더 각박해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매년 증가하고 있는 112 신고 건수와 달리 119에 접수된 신고 전화가 감소한 것은 장난 전화가 급속히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아무래도 `형사처벌'이 연상되는 경찰이 출동하는 112보다 119가 `낭만적인' 장난전화의 `표적'이 되기 쉬웠지만 최근 시민의식의 성장과 기술의 발달로 119의 장난전화가 급속히 줄고 있는 것. 서울소방방재본부 산하 종합방재센터 최장근(38) 상황주임은 "종합방재센터가개관하면서 유선 전화의 위치 파악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했고 작년 9월부터 휴대전화도 위치추적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허위ㆍ장난 전화는 2002년 한해만 63만9천266건이었으나 2004년에는 21만2천585건으로 42만여건이나 줄었다. 112도 허위ㆍ장난 신고가 해마다 감소세다. 함께하는시민행동 하승창 사무국장은 "사회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면서 범죄가증가하는 등 치안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휴대전화의 보급으로 신고가 쉬워진 것이나 긴급 전화에 대한 시민의 의식이 변화한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