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99만원 대 313만원. 월 소득이 500만원(연봉 6,000만원)인 민간인과 공무원이 33년간 국민·공무원연금에 가입했을 때 받는 연금이라고 한다. 공무원연금이 국민연금의 3.2배나 된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가입기간 1년당 받는 급여가 월소득(기준소득월액)의 1.9%로 국민연금(1%)보다 훨씬 많다. 공무원이 1.9배 높은 특혜성 이자율을 적용받는 셈이다. 공무원연금에 퇴직금의 60%가량이 녹아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금리차가 너무 크다.
공무원연금에는 '플러스 알파' 효과를 내는 게 더 있다. 국민연금은 소득이 전체 가입자 평균보다 적으면 이자율(수익비)이 올라가고 소득이 많으면 이자율이 낮아진다. 사회보험으로서 노후소득 재분배 기능이 내재돼 있어서다. 반면 공무원연금은 이런 기능이 없어 소득에 비례한 연금을 받는다. 보험료를 내는 월소득의 상한도 공무원이 804만원으로 국민연금(408만원)의 2배에 이른다. 그래서 공무원연금은 월 700만원 소득자가 350만원 소득자 연금의 2배를 받지만 국민연금은 별 차이가 안 난다. 2012년부터 공무원이 내는 보험료가 7%(2009년까지는 5.5%)로 국민연금(4.5%)보다 56%가량 높지만 실제 받는 연금이 3.2배나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무원연금을 따라 하는 군인·사학연금도 이와 다를 게 없다.
공무원·국민연금 간 격차도 문제지만 공무원들 간의 연금격차가 상당하다. 소득재분배 기능이 없다 보니 재직기간의 소득격차가 노후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직급과 소득이 높은 행시(5급 공채)·육사 출신들이 훨씬 많은 연금을 타며 풍족한 노후를 즐길 수 있는 이유다. 2009년까지 임용자와 그 이후 임용자 간의 연금 지급조건과 지급액에 상당한 차이가 나는 것도 문제다. 안전행정부는 2009년 공무원연금 제도를 개선하면서 당시 10년 차 이상 공무원(1999년 이전 임용자)가 받는 첫 연금은 깎지 않고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50~60세)를 조정하지 않았다. 반면 2010년 이후 임용자에 대해서는 연금 받는 나이를 65세로 늦추고 유족연금을 본인이 받는 연금의 60%(기존 공무원은 70% 유지)로 낮췄다. 그렇게 해서 깎이는 첫 연금액은 8%에 그친다.
국민연금이 소득대체율을 60%에서 단계적으로 40%로 낮춘 것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공무원연금 재정을 안정화하려면 모든 가입자가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를 늦추고 연금액도 같은 원칙에 따라 깎는 게 첫 출발점이 돼야 한다. 공무원연금에 소득재분배 기능을 넣는 것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퇴직금 부분을 공무원연금에서 떼어내 국민연금과의 비교 가능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일본은 이미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 수준으로 낮췄다.
세월호 침몰의 가장 큰 원인은 더 많은 화물을 싣기 위해 평형수를 너무 많이 빼 복원력을 잃은 데 있다.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실질적 오너인 유병언씨의 물욕과 정부의 엉성한 안전관리체계가 맞물려 엄청난 참극이 빚어졌다. 이미 연간 3조~4조원에 이르는 세금으로 적자를 보전해주는 공무원·군인연금과 10년 뒤면 기금이 고갈되는 사학연금이 정부 재정과 우리 경제에 미칠 충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런데도 정부와 정치권의 대응은 여전히 부실하다. 안행부·국방부·교육부 등 관련 부처들은 공무원·군인·사립학교 교원들이 낸 보험료에 비해 연금을 얼마나 받고 기금의 재정상황은 어떤지 밝히는 것조차 꺼린다. 박근혜 대통령이 아무리 정부 3.0시대를 설파해도 소귀에 경 읽기다. 그러니 전문가들조차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하기가 어렵다. 이번에도 연금개혁이 이해당사자인 공무원, 이들과 한통속인 교수(사학연금 가입자)들에 의해 공무원 친화적으로 일부만 손보는 선에서 그친다면 세월호 참사 못지않은 공무원연금판 대재앙을 피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