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CD금리 담합 조사 파문 확산] "주택채권 담합 천문학적 과징금 피하자" CD까지 고백 추측

■ 앰네스티 플러스 제기<br>공정위 속전속결 조사도 이같은 가능성 뒷받침<br>권혁세 금융감독원장 "파렴치범 몰아선 안돼"


양도성예금증서(CD) 담합의혹과 관련해 과연 리니언시(자진신고 감면제도)가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단순한 루머에 불과한 것인가.

진위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리니언시와 관련, 금융감독원이 일단 리니언시를 부정하고 나섰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19일 "우리가 파악하기에는 은행과 증권사 모두 (리니언시가)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담합조사는 공정거래위원회 고유의 영역이다. 보안이 생명이라 다른 금융감독기구들은 조사가 어떻게 시작됐는지도 알지 못한다. 일각에서는 이번 현장 조사에서는 리니언시가 없었지만 증권사를 대상으로 한 지난 국민주택채권 담합 조사에서 앰네스티 플러스(추가 감면제도)를 활용한 증권사가 있었을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앰네스티 플러스 제도는 간단하다. 예컨대 A사건에 대해 공정위가 결론(전원회의 판결)을 내리기 전에 B사건의 담합 사실을 고백하면 두 사건 모두에서 과징금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때 추가로 고백한 담합 사건의 관련 매출액이 클수록 기존 사건에 대한 과징금 부담도 크게 줄어든다.

이 같은 추측이 나오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증권사들이 지난해부터 국민주택채권 담합과 관련해 공정위로부터 대대적인 조사를 받았고 다음달께 천문학적인 과징금이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CD금리 담합 사건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을 고려할 때 공정위가 미리 확실한 증거도 확보하지 않고 현장 조사를 시작할 수 있었겠냐는 부분이다. 10개 증권사, 9개 은행을 대상으로 속전속결 형태로 펼쳐진 이번 조사는 단순한 제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대담했다.


국민주택채권 담합은 감사원이 2010년 국토해양부를 감사하는 과정에서 국민주택채권 매수를 전담하는 증권사 20곳 중 19곳이 금리를 담합한 혐의를 발견해 지난해 5월 공정위에 제재를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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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은 당시 19개 증권사 채권매매 담당자들이 국민주택채권 매수가격을 조작하는 방식으로 채권 매도자에게 868억원의 손실을 입혔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최근 이 사건과 관련한 조사를 마치고 이미 각 증권사에 심사보고서를 발송한 상태. 담합 사건의 경우 관련 매출액의 1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데 공정위가 채권거래 금액을 관련 매출액으로 볼 경우 증권사별로 수백억원대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공정위 안팎에서는 바로 이 국민주택채권 담합 조사 과정에서 앰네스티 플러스를 노린 증권사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당시 조사에서는 실제 복수의 증권사가 공정위에 리니언시를 요청했지만 공정위가 감사원을 통해 이미 자료를 확보했다는 이유로 리니언시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일부 증권사가 별개의 행위인 CD금리 담합을 고백하면서 두 사건 모두에서 과징금을 피해간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특정 업종에서 A라는 담합 사건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기 시작할 때 공정위는 앰네스티 플러스를 활용해 B사건에 대한 조사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며 "국민주택채권 조사에서도 충분히 비슷한 사례가 있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 같은 시나리오라면 이번 현장조사 과정에서 특정 금융사의 리니언시가 있었던 것은 아니며 이미 공정위가 지난해 증권사 조사를 통해 확보한 CD금리 담합 증거가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미 정황 증거를 확보한 공정위가 올해 상반기 CD금리 추이를 지켜보다가 영국의 리보조작 사태,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등에 발맞춰 전격적인 조사에 나섰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이 같은 추측과는 별개로 업계와 금융감독기구들은 여전히 리니언시 행위 자체가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권혁세 금감원장도 "CD금리가 오랫동안 떨어지지 않으면 의심할 수는 있지만 결론도 나기 전에 금융회사들을 '파렴치범'으로 몰고 가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자칫 국내 금융시장의 대내외 신뢰만 추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파악하기에는 은행과 증권사 모두 (리니언시가) 없다"고 말해 금융회사에 대한 무조건적 비판의 시각을 경계했다.

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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