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경이 만난 사람] 유정복 인천시장

영종도, 美 라스베이거스 같은 관광도시로 만들 것



보편적 복지는 이상일 뿐 … 지역실정 맞는 맞춤형 복지 바람직

수도권매립지 연장 앞서 쓰레기배출 최소화 근본대책 세워야


GTX 송도~청량리 노선 경제성 낮아, 강남 방향 새노선 검토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에 국내외 유수의 카지노 복합리조트 업체 3곳이 각각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업이 가시화되면 앞으로 영종도는 세계 최고 수준의 관광도시로 거듭날 것입니다." 유정복(58·사진) 인천시장은 지난달 27일 인천시청 집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복합리조트는 해외 관광객 유치와 일자리 창출을 통해 지역경제에 막대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영종도에는 미단시티에 세계적인 카지노 복합리조트 운영사인 시저스가 참여하는 '리포&시저스(LOCZ) 복합리조트' 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고 인천공항 내 국제업무지구(IBC)에는 한국형 복합리조트인 파라다이스시티가 지난해 11월 착공해 오는 2017년 문을 열 예정이다. 또 홍콩의 CTF그룹 역시 영종도에 10억달러 규모의 투자의향을 밝히는 등 글로벌 기업들의 복합리조트 개발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유 시장은 중국·일본의 주요 도시와 2~3시간 거리에 있는 인천 영종도의 지리적 여건을 잘 활용하면 아시아 관광허브로 부상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에 인천시는 영종도에 카지노 시설을 집중시켜 미국 라스베이거스와 중국 마카오 같은 복합 카지노 리조트 도시로 만든다는 구상에 따라 대규모 투자유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문제는 수도권 개발규제다. 영종도뿐 아니라 인천시가 동북아 관문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투자유치 등이 활발히 이뤄져야 하는데 각종 개발규제가 경쟁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유 시장은 "국토균형발전 명목하에 '수도권정비계획법'을 만들어 32년간이나 수도권 개발을 억제해왔다"며 "하지만 현시점에서는 현실에 맞지 않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30년간의 규제정책으로 인천은 외국 대도시와의 경쟁에서 점점 뒤처지고 있고 기업과 자본유치에도 한계가 노출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인천은 서울과 비교하면 '지방'에 불과한데 공공기관 이전에서도 불이익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의 방침에 따라 인천에 있던 공공기관과 기업들이 모두 비수도권으로 옮겨가면서 인천에서 공동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건물 3,000㎡ 이상은 짓지 못하도록 한 낡은 규제 때문에 인천시 중구 항동의 CJ제일제당 인천3공장은 남아도는 땅이 있는데도 증설을 못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공장 증설이 안 되다 보니 일자리도 늘지 않아 인구는 서울 등지로 계속 빠져나가 활력을 잃고 있는 것이다.

유 시장은 "지난해 인천경제자유구역(IFEZ)의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금액은 우리나라 전체 경제자유구역 유치규모의 95%를 차지한다"며 "인천경제자유구역이 대한민국의 경쟁력인데 인천이 발전하지 않고서는 대한민국의 발전도 없다"며 규제완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복지 논란에 대해서도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유 시장은 "최근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복지수요 등을 고려할 때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난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보편적 복지는 이상일 뿐이고 우리가 처한 재정여건 등 현실을 감안하면 지역별 실정에 맞는 맞춤형 복지 형태가 바람직해보인다"고 말했다. 지역별로 복지수요에 맞게 복지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집행해 복지예산 누수를 막는 게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이라는 설명이다.

유 시장이 선별적 복지보다 한걸음 나간 맞춤형 복지를 언급한 것은 시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누적부채와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유 시장은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키면서 당선돼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그가 전임 시장에게서 물려받은 것은 13조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부채였다.

유 시장은 올해부터 자체적인 재정건전화 방안을 만들어 자주재원 확충과 통합부채 관리 등 재정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 예로 재정악화의 주범인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을 치르기 위해 새로 만든 16개의 경기장에 대해서는 다양한 수익모델 창출과 민간매각 등 모든 가능한 방안을 동원해 재정부담을 줄여나갈 계획이다. 유 시장은 "인천아시안게임 개최를 위해 16개 경기장을 새로 건립했는데 재정압박이 상당한 게 사실"이라며 "시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수익구조 다변화를 통해 재정부담을 줄이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규모 경기장에 대해서는 문화와 관광·복지·체육뿐만 아니라 경제적 측면에서 종합복합시설로 활용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주경기장은 시설운영비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대규모 수익시설을 유치하는 동시에 시민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그는 "주경기장의 전체적인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도 찾고 있다"며 "국내외 수요자가 있다면 주경기장 전체를 매각하는 방법까지 고려하는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 시장은 재정난 해소를 위해 국가보조금 확충과 신규 세원 발굴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그는 지금과 같은 국가보조금 지급방식은 확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가보조금은 정부 사업이나 사무를 지방에 이양하면서 부족재원을 보전하기 위해 내려주는 예산인데 재원이 부족한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보조금 사업에만 매달리다 보니 중복지원 등의 비효율은 물론 특징 없는 사업들이 이뤄져 예산만 낭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 시장은 "중앙부처들은 유사한 중복사업을 벌이고 지자체는 경쟁적으로 보조금 사업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비효율을 양산하고 있다"며 "보조금을 획일적으로 지급하다 보니 지자체별로 경쟁력 있는 사업을 추진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보조금 사업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정부 부처의 이기주의에서 탈피해 새롭게 접근하는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지자체별 재정자립도 등을 감안해 보조금 매칭비율도 다양하게 적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지방교부세·교육재정교부금 개혁 추진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지역별 경제력과 세원기반이 모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지자체가 자주재원 확충에 성과를 보이면 그만큼 교부세 조정을 통해 인센티브를 지급해야 한다"며 "각 지자체들도 재정기반을 튼튼히 하기 위해 치열하게 세입확충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주재원 확충 노력에도 교부세 등의 인센티브가 없으면 지자체에서 주민저항이 심한 세원발굴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는 것을 에둘러 지적한 것이다.

서울·경기도 등과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수도권쓰레기매립지 논란과 관련해서는 "수도권매립지 연장 등 현안 해결을 위해 시민협의회를 구성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고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와 경기도·환경부·인천시 등으로 구성된 4자 협의체는 그동안 피해를 입어온 매립지 주변 주민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매립지 면허권과 소유권은 물론 쓰레기매립지관리공사도 인천시에 이양하는 등 인천시가 요구한 선제조건을 전격 수용하는 데 최근 합의했다. 그러나 유 시장은 "선제적 조치 수용 합의와 매립지 연장은 전혀 별개의 사안"이라며 "시민협의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 후 최종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직매립 쓰레기를 근원적으로 없애는 등 기존의 매립정책을 완전히 전환하는 게 필요하다"며 "매립지 종료냐, 연장이냐의 문제가 아니고 쓰레기를 전혀 배출하지 않도록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지금까지의 안이한 생각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가능한 현실적인 최적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서울이나 경기도 시민들이 '인천에 쓰레기매립지가 있으니 당연히 거기에 버리면 된다'고 생각해왔다면 앞으로는 이 같은 의식을 180도 바꿔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초의 인천 출신 시장이라는 점에서 유 시장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이 때문에 인천 도심개발에 대한 애착도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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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시장은 "앞으로는 국가보다 도시 하나하나의 경쟁력이 더 중요해진다"며 "특히 원도심은 한국 근대화 산업의 출발지라는 역사성까지 갖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재창조해 살려낼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인천시는 원도심재생 성공모델을 만들기 위해 중구 월미도, 내항, 개항장 차이나타운에서 동구 동인천역에 이르는 약 110만평에 중국 관광객(유커)을 겨냥한 관광거점과 문화융합형 창조산업을 육성할 수 있도록 중·동구 경제기반형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유 시장은 "올해는 인천만의 가치창조를 위해 원도심 지역 전체를 대상으로 도시재생전략계획을 수립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유 시장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송도~서울 구간 타당성 검토용역을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유 시장은 "송도~청량리 노선의 기존 GTX 건설은 사업성이 낮기 때문에 서울 강남으로 가는 노선을 만들기 위해 새 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He is…

△1957년 인천 △1976년 제물포고 졸업 △1979년 제23회 행정고시 합격 △1980년 연세대 정외과 졸업 △1993년 경기도 기획담당관 △1994년 제33대 김포군수 △1998년 초대 김포시장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 △2010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2013년 안전행정부 장관 △2014년 인천광역시장



짜장면 회의·치맥 타임에 번개미팅까지… '소통맨'

시장집무실 개방형으로 바꾸고 실·국장과 토의방식 업무 처리

기인천=장현일 기자 hichang@sed.co.kr

유정복 인천시장은 대학 재학 당시 행정고시 합격과 최연소 군수·구청장, 시장을 거쳐 3선 국회의원, 세 번의 장관 등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다. 이런 점만 보면 '관료적이지 않을까'하는 선입견을 가질 만하다. 그러나 가까이에서 본 유 시장의 모습은 완전 딴판이다. 짜장면을 먹으며 회의를 진행하는가 하면 직원들과의 '치맥 (치킨&맥주)' 타임을 즐기고 출입기자들과 번개 미팅도 자주 갖는 등 소탈한 모습을 보인다.

안전행정부 장관 시절에는 5급 이하 공무원들과 근처 호프집에서 어울리면서 본인의 공직 경험을 들려주고 직원들의 개인사와 건의사항까지 듣는 등 소통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기도 했다. 지난해 6·4 지방선거에서 당선돼 인천시장에 취임한 뒤에는 시 출입기자들과의 번개 모임을 자처해 저녁식사를 갖고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인천시향의 클래식 공연을 관람하기도 했다. 종전의 딱딱하고 관료적일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던 데서 이제는 옆집 아저씨 같다는 말도 여기저기에서 들린다. 본인의 건강식과 체력관리 비법 등도 스스럼없이 털어놓아 친근감까지 느끼게 한다.

시장 집무실 구조도 지난해 7월 취임 직후 확 바꿨다. 인천시장 비서실의 한 관계자는 "시장께서 취임한 후 접견실과 집무실 위치를 바꾸기를 원해 구조를 바꿨는데 나중에 안 일이지만 공무원들이 시장을 만나는 과정에서 생기는 번거로움을 없애기 위한 것이었다"며 "소통을 위해 노력하는 시장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 시장은 또 대부분의 유력 정치인이나 행정가와 달리 긴 테이블에서 주로 업무를 보면서 실무자들과 토의 방식으로 업무를 처리하고는 한다. 가장 좋은 해답은 소통 속에서 발견된다는 그 나름의 철학이다.

올 1월부터는 간부회의의 틀을 바꾸고 종이 자료를 없애는 등 실·국장들의 업무보고 방식에 일대 변화를 줬다. 종전 업무보고는 인쇄된 자료를 토대로 읽는 방식이었으나 올해부터는 실·국장이 업무를 완전히 파악한 후 보고를 할 수 있도록 구두보고로 바꿨다.

이 같은 방식을 도입한 것은 실·국장들이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고 딱딱한 분위기보다는 얼굴을 맞대고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느끼게 하기 위해서라는 말도 들린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분위기와 소통을 중시하는 유 시장만의 독특한 회의 방식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종전 엘리트적이라거나 딱딱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진 이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대담=오철수 사회부장(부국장대우) csoh@sed.co.kr

사진=이호재기자


김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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