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의 원래 계획은 참고도1의 백1이었다. 흑2로 받을 때 3으로 깨끗하게 살아두면 흑은 4로 보강하지 않을 수 없으며 그때 우상귀에 걸쳐가면 백이 나쁠 이유는 없다는 것이 그의 계산이었다. 그런데 막상 그렇게 두려던 이세돌은 자기의 수읽기에 의외의 허점이 있었다는 것을 순간적으로 깨달았다. 참고도2의 흑2가 문자 그대로 ‘정문의 일침’으로 준비되어 있다는 사실. 한 순간 낭패감에 사로잡혔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적의 급소는 나의 급소’였다. 이세돌은 실전보의 백34로 백스텝을 밟을 수밖에. 흑35가 역으로 장쉬의 권리가 되고 말았다. 백36의 응수는 절대. 백의 진용을 한껏 우그러뜨리고 나서 장쉬는 37로 점잖게 보강했다. 이렇게 되면 백은 38 이하 42로 살 수밖에 없다. 귀중한 선수가 다시 흑의 손아귀에 돌아갔고 장쉬는 유유히 흑43으로 굳혔다. 일찌감치 흑의 승세가 확보되는 순간이었다. 참고도2의 흑6까지 진행되었다고 가정하고 백이 A로 끊어 필사적인 역습을 하는 수가 없느냐를 놓고 한국기원 검토실의 송태곤8단이 한참 연구를 했다. 백A, 흑B, 백C, 흑D, 백E면 일단 좌변은 백의 집으로 변할 것이며 그 코스면 백이 대마를 잃었어도 일단 계가바둑을 만들 수는 있지 않겠느냐고 필자가 물어보았다. 송8단의 대답은 간단했다. “백이 많이 져요.” 노승일ㆍ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