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 18년만의 임시 반상회


"유병언 부자는 왜 검거해야 하나요?" "회사법인 자금횡령과 세월호의 안전관리 부실 여부 관련성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통해 침몰사고 원인이 밝혀져야 하며 이로 인해 이들의 검거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지난 13일 전국 임시 반상회에서 유병언 부자 수배전단과 함께 나눠준 안내자료의 일부다. 자료에서 밝힌 유씨의 혐의는 자금횡령과 조세포탈. 최근 잇달아 징역을 선고 받은 대기업 총수의 혐의와 같다. 총수들이 3~5년의 징역형이나 집행유예를 받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상회 소집 이유가 상당히 옹색해 보인다.

더구나 누군가를 잡기 위해 반상회를 연 게 1996년 동해안 잠수함 침투사건 이후 18년 만이라고 하니 정부가 어지간히 급했나 보다. 검찰과 경찰, 군(軍)에 이어 동네 아줌마까지 유씨 검거에 동원하겠다고 나서는 형국이니 전 국민 동원령까지 내려진 셈이다.


앞서 법무부는 이달 4일 징역형을 '최장 100년'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특별법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형법에서는 유기징역 상한이 30년이라 가중 처벌하더라도 최장 45년까지 선고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징역 100년은 가히 법체계를 흔들만한 획기적인 방안으로 풀이된다. 세월호 사건에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죄를 적용하더라도 최고 형량이 7년 6개월에 불과해 국민의 분노를 잠재울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세월호 사건에는 적용할 수 없는데다 대통령의 잇단 질책성 발언에 최고 형량을 세자릿수로 꿰맞춘 흔적이 역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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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일련의 움직임과 대책이 국민정서와 대통령의 질책에 떠밀려 급조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특히 100년형은 '이에는 이, 귀에는 귀'이라는 동해보복법(同害報復法)을 담은 함무라비법전을 3,800년 만에 다시 보는 듯한 느낌이다.

세월호 사건이 터졌을 때나 두 달이 지난 지금이나 정부 각 부처와 검찰, 경찰 모두 여전히 허둥지둥할 뿐이다.

정부 부처는 국민정서를 미리 헤아리지 못하면서 눈치만 살피는 꼴이고 검찰은 사건 초기의 발 빠른 대응과 달리 경찰과의 공조에 실패하고 헛발질만 연발하고 있다. 비난 여론과 대통령 질책에 떠밀리다 보니 한발 앞선 대응이나 길목 지키기에 나서기보다 면피성 대책만 다급하게 쏟아내는 형국이다. 차근차근 서두르지 않지만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해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유씨를 하루빨리 검거해야 한다는 점에는 국민 모두 공감한다. 하지만 분노의 화살이 유씨에게만 겨냥하고 있다는 점도 곱씹어봐야 대목이다. 아직도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는 공무원을 엄벌할 수 있도록 특별법을 제정하자는 관료는 찾아보기 어렵다.

당장 유씨를 검거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유씨 체포는 문제해결의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다. /김성수 사회부 차장 ss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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