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들이 고객과 분쟁을 겪을 때 소송을 걸어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행태에 대해 금융 당국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11일 "조만간 금융회사 임원들과 간담회 등을 통해 무분별한 소송을 억제하도록 지도하겠다"며 "금융회사의 분쟁 발생이나 소송제기 현황도 정기적으로 공표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특히 보험 표준약관에 보험사가 불필요한 소송으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거나 지연해 소비자에게 손해를 끼쳤을 때 소비자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낼 수 있는 근거를 담아 오는 4월1일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또 금융회사가 제기한 소송이나 민사조정 신청 사건을 검토해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면 소비자 구제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국회에는 금융회사가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금감원의 분쟁 조정 절차를 거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이 발의돼 있다.
이는 소비자의 민원이 제기됐을 때 금융회사가 금감원의 분쟁조정 절차 대신 소송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금융회사와 법정에서 다투는 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게 되고 결국 소송 과정에서 금융회사가 제시하는 합의안을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금감원에 접수된 분쟁조정 신청 2만8,988건 가운데 1,656건이 소송으로 이어졌고 이 중 대부분인 1,435건은 금융회사가 제기한 소송이다. 금융권역별로는 손해보험사가 1,267건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생명보험사 118건, 은행과 증권사 각 25건 등의 순이었다.
회사별로는 흥국화재가 200건, 현대해상 184건, 동부화재 167건, 메리츠화재 139건 등의 순으로 많았다. 금감원은 "금융회사가 소송을 제기해 우월적인 위치에서 협상하려는 의도를 배제하기 어렵다"며 "이는 민원인에게 경제적 손실은 물론 심리적 압박을 주고 금융산업의 이미지를 훼손시키게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