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에 공을 들였던 삼성전자가 소니 최고경영자인 하워드 스트링거(67) 회장의 첫 한국방문이 ‘삼성 투어’로 마무리됨에 따라, 양측의 관계강화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스트링거 회장이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서울 방배동 소니코리아 본사였다.
이 자리에서 그는 “소니가 글로벌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소니코리아는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내줬다”고 치하한 뒤 “삼성과 합작사인 S-LCD 행사 참석 목적으로 방한했다”고 소개했다는 후문이다. 영국계 미국인으로 ‘파란 눈의 사무라이’라는 별칭을 얻고 있는 스트링거 회장은 지난 2005년부터 소니를 이끌고 있다
이튿날 스트링거 회장은 삼성의 탕정사업장에서 열린 S-LCD 8-2라인 양산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자리에는 S-LCD CEO인 장원기 삼성전자 사장을 비롯,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재용 전무 등 삼성 측 핵심인사들이 총출동해 그를 맞이했다.
행사 후 삼성전자는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스트링거 회장 등 소니측 인사들과 만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삼성 측은 그의 방한에 고마움을 표한 뒤 LCD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트링거 회장은 이날 저녁 늦게 일본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의 일정 소화에 초청자 격인 삼성측이 적잖이 신경을 쓴 것으로 전해진다. 결과적으로 스트링거 회장의 첫 방한을 ‘삼성 투어’로 이끌어냈고, LCD의 거점인 탕정사업장과 관계사인 신라호텔을 통해 한국과 삼성에 대해 첫 이미지를 좋게 심는 데 성공한 셈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소니가 LG디스플레이와 LCD 공급 협의를 진행 중이서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었는 데, 이번 스트링거 회장의 방한으로 ‘거래선 지키기’에 한 발짝 다가섰다는 게 내부의 평가다.
소니를 잡기위해 LG도 상당한 공을 들여왔다.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외국인인 스트링거 회장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 “소니 측과 언제든 만날 준비가 돼 있다” 등의 언급을 내놓기도 했다.
스트링거의 방한으로 삼성전자의 입장이 유리해진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글로벌 경기의 흐름에 따른 LCD 수요 변화와 소니의 실적 개선 여부 등의 변수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