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정부 과잉유동성 환수엔 '靜中動'

■ 800조 과잉유동성 어디로<br>실물 바닥인데 섣부른 긴축땐 제2 신용경색 우려

과잉유동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지만 정부의 태도는 아직 ‘정중동’ 그 자체다. 주가가 뛰고 부동산 가격이 들썩거리지만 여전히 기업의 자금난과 신용경색은 해결되지 않은 탓이다. 실물경제가 한겨울인 상황에서 거품을 빼겠다고 자칫 유동성 흡수에 나서면 29조원의 추경효과는 고사하고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재연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유동성 발언’ 한마디가 시장을 뒤흔든 건 유동성 환수에 민감한 시장의 현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16일 윤 장관이 국회 답변에서 “800조원은 분명히 과잉유동성”이라고 지적하자 시장은 곧바로 정부가 과잉유동성을 해소하기 위해 긴축을 하겠다는 의미로 민감하게 받아들였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국채 과다발행 해결방안을 얘기하다가 진의가 잘못 받아들여졌다”며 “지금은 (긴축을 할) 상황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서둘러 밝히며 진화에 나섰지만 시장의 걱정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임지원 JP모건체이스 이코노미스트는 “자산가격이 급등하면 저금리를 유지하는 데 상당한 부담이 된다”며 “경제 여건에 비해 자산가격이 너무 오르면서 당국이 주의를 갖기 시작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미 통화 당국은 시중 유동성을 일부 거둬들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월13일 증권사와 증권금융을 통해 공급한 1조원은 이달 14일이 만기였지만 재공급하지 않고 회수했다. 2월6일 증권사 등에 지원한 9,000억원도 연장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달 10일에는 3조원 규모의 통화안정증권을 발행해 단기자금 3조원을 회수했다. 그러나 이 같은 움직임을 유동성 환수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라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유동성 공급을 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긴축 모드’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 무엇보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여전하고 국내도 실물이 바닥을 다지고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긴축에 나섰다가는 제2의 신용경색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수개월간 벌려놓은 과감한 조치들을 어떻게 수습할지 고민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지금이 실행에 옮길 단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 유동성은 과잉에 따른 부작용보다는 경기회복과 자산가격 상승이라는 순기능이 크다”며 “과잉유동성 리스크를 촉발시킬 촉매제가 약해 후폭풍을 염려할 시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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