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한국·프랑스 항공협상, 형평성 원칙 지켜야

오는 23일부터 서울서 열리는 한국ㆍ프랑스 항공회담을 앞두고 우리 국적선의 서울~파리 노선 복수취항을 허용하는 대신 모든 EU 항공사들이 한국을 자유롭게 취항하게 해달라고 프랑스측이 요구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당초 프랑스 정부는 항공수요가 40만명을 넘어서면 복수취항을 허용하기로 했으나 올해 37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되자 새로운 거부 명분으로 ‘유럽연합 지정항공사 조항(EU Community Close)’을 들고 나온 것이다. 이는 EU 27개국이 일정 요건만 갖추면 모든 회원국 항공사를 자기 나라의 국적항공사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다시 말해 EU 클로스를 수용할 경우 EU 27개국 항공사는 누구나 파리를 거쳐 한국시장에 취항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EU 클로스는 한마디로 불평등 조항의 성격이 강하다. 복수취항을 1~2년 먼저 허용 받는 대신 EU 전체 국가를 상대로 항공자유화를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현재 자국 항공시장 규모가 작아 영향을 별로 받지 않는 싱가포르ㆍ말레이시아 등 일부 국가가 EU 조항을 받아들이고 있으나 일본ㆍ러시아ㆍ중국 등은 수용하지 않고 있다. 반면 우리 정부는 유럽노선 확대나 EU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등을 위해 EU 조항을 받아들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EU 조항을 수용한다고 하더라도 당장 무제한적인 노선 취항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또한 항공사간 경쟁이 심화되면 소비자 편익향상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독일ㆍ핀란드 등과의 협상에서는 수용하지 않은 EU 조항을 프랑스와의 회담에서 인정한다면 개별적 항공협정이라는 대원칙이 허물어지는 도미노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저가 항공사들이 대거 몰려와 우리 항공사의 경쟁력이 떨어질 우려도 있다. 더구나 EU 조항의 수용은 국적이 다르면 운항허가를 취소할 수 있는 현행 항공법에도 위배된다. 따라서 프랑스는 불공평한 EU 조항을 철회하고 형평성에 기초해 양국간 복수취항을 허용하는 방향에서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 정부도 미ㆍEU 협상에서 보듯 EU를 대표하는 단일 협상주체와 포괄적 협상에 나서기 전에는 EU 조항을 더 이상 다루지 않아야 국익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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