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6월 28일] 공공사업 'BTL' 활용을

지난해 말 361개 공공건설현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공공공사의 공기지연과 예산증액 실태'는 심각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당초 계약서상의 평균 공사기간은 4년2개월이지만 예산이 적기에 투입되지 못해 실제 공사에 소요된 기간은 평균 10년9개월로 전공정에서 공기가 평균 6년7개월 이나 지연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별로는 철도사업 8년1개월, 도로사업 7년6개월로 도로와 철도부문에서 공기지연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기지연은 필연적으로 예산증가를 불러온다. 일차적으로는 정부ㆍ시공사 모두 금전적ㆍ정신적 손실을 입는다. 하지만 모든 손실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온다. 늘어난 재정지출만큼 국민의 세금부담이 늘어나며 공공시설의 공급지연으로 발생한 불편과 불이익도 국민이 감수해야 한다. SOC시설 사업자금 조달 적합 왜 공기가 지연될까. 장기적인 공사로 차수별 계약이 진행되다 보니 매년 예산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공사의 수를 줄이든지 예산을 확대하든지 해야 한다. 공사의 수를 줄이는 일은 좀처럼 힘들다. 이미 각 지방자치단체나 지역별로 중장기적으로 계획된 사업들이라서 포기하도록 설득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리고 예산 투입 순서를 정해 우선순위가 낮은 것은 뒤로 배정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저항에 부딪힌다. 그렇다면 예산을 확대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복지 부문 등의 재정수요 압박 때문에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의 지속적인 확대는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그 해답이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민간투자사업'이다. 우리나라의 주된 민간투자사업 방식인 BTO(Build Transfer Operateㆍ건설-소유권이전-운영)와 지난 2005년 도입된 BTL(Build Transfer Leaseㆍ건설-소유권이전-임대)을 활용할 수 있다. 우선 BTO는 민간사업자의 투입비용 회수를 위해 운영수입을 확보해야 하는 부담 탓에 다소 높은 이용료가 책정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수요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 운영주체의 경영부담뿐 아니라 사회적 낭비도 초래할 수 있다. 남은 기회는 BTL뿐이다. BTL은 민간이 자금을 선투입해 사회기반시설을 건설한 후 국가에 소유권을 이전하는 방식으로 BTO 사업와 달리 이용자의 통행료 부담이 없어 도로 등 필요한 SOC 시설의 사업자금 조달에 적합하다. 물론 BTL에 투입된 자본도 정부가 장기간 갚아야 하지만 정부는 재정부담 수준을 세출예산의 2% 이내에서 통제하고 있어 한도 내에서 활용하면 된다. 현 국가경제와 건설산업의 입장에서 보면 BTL방식을 통해 공공시설의 공급을 정상화할 수 있다면 '1석 3조'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왕에 공급하기로 결정된 시설이라면 조기에 완공해 이용자 편익을 증진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이다. 정부도 공기지연에 따른 비용증가를 최소화하면서 시설을 공급할 수 있어 환영할 만하다. 건설산업 위기 구원투수 될것 또 시중의 막대한 부동자금이 부동산 경기침체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데 민간투자사업의 기회를 제공해 투자의 물꼬를 터줄 수도 있다. 이는 부동산 경기침체로 위기에 빠진 건설산업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얼마 전까지는 아파트 분양경기 침체로 주택건설에 치중하던 업체들이 위기를 맞았으나 최근에는 남양건설ㆍ금광기업ㆍ진성토건 등 토목건설 비중이 높은 지역 중견 건설업체들마저 쓰러지고 있다. 주택경기 침체로 촉발된 건설산업에 팽배한 부도 도미노의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토목 부문의 보완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정부의 재정투입의 한계로 당초 계약된 사업조차 예산 투입을 제때 하지 못해 공기지연이 잦은 공공사업의 현실을 감안할 때 BTL방식의 민간투자사업으로 도로ㆍ철도 등에 대한 토목사업의 정상적인 추진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공기지연에 따른 사업비 증가 등을 줄이면서 부동산 경기침체로 팽배해진 건설산업의 위기에 구원투수 역할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카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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