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권 '인사 후폭풍' 예고

정부 "행장 개혁적인물 바람직하다" 강조김경림 외환은행장과 위성복 조흥은행장의 퇴진이 은행권의 임원 인사에 거센 '후(後) 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조흥은행은 40대 홍석주 후보가 행장에 내정되면서 이강륭ㆍ이완 부행장이 자진 사퇴하고 나머지 임원들도 상당폭 물갈이 될 전망이며, 임원진이 대거 임기만료를 맞는 외환은행도 새 행장이 선임되면서 물갈이 폭의 확대가 불가피 할 전망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아직 임원인사를 남겨둔 다른 은행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가 은행장의 덕목으로 '개혁성'을 강조하고 있는데다 금융구조조정의 막바지 단계에 와있어 정부의 영향권 내에 있는 일부 다른 은행의 행장도 추가로 퇴진할 것이라는 '괴담'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 정부 '개혁적인 인물' 강조 진념 재경부장관과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은 12~13일에 걸쳐 약속이라도 한 듯 "은행장은 도덕성과 금융에 대한 해박한 지식, 개혁의지를 갖춘 인물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보다 개혁적인 은행장의 선임을 통해 은행과 시장의 개혁을 유도하고, 더 나아가서는 합병이나 제휴 등 구조조정을 더욱 촉진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이 같은 의도는 조만간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은행권의 관례상 후배가 은행장 등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갈 경우 선배들이 물러나는게 일반적이다. 또 어느 한 은행이 젊어지면 다른 은행도 따라갈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 조흥ㆍ외환, 경영진 대폭 개편 조흥은행에는 홍석주 행장 후보에 비해 나이가 많거나 경력이 오래된 선배들이 200여명에 달한다. 이들은 홍 행장 취임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이미 12일 이강륭ㆍ이완 부행장이 자신사퇴 형식으로 물러났다. 부행장으로 내정된 홍칠선 상무를 제외한 나머지 임원들 가운데도 일부는 퇴진하게 될 전망이며, 고참 부ㆍ점장도 순차적으로 명예퇴직 등을 통해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무려 6명의 임원이 한꺼번에 임기만료를 맞는 외환은행은 김경림 행장의 예상치 못한 퇴진까지 겹쳐 긴장감이 한층 더하다. 당초 임기만료 임원 중 절반 가량인 3명 안팎이 퇴진 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새로운 행장의 선임으로 기존의 다른 임원들의 거취까지도 '시계 제로'가 돼버렸다. 임기만료 임원인 백운철 상무를 13일 외환카드 사장으로 내정하는 등 벌써부터 임원인사의 서막이 오른 상태다. ◆ 인사태풍 확산 오는 20일 주총을 가질 예정인 한빛은행은 최근 이사회를 통해 현재의 상무직을 폐지하고 부행장 제도를 도입, '행장-부행장' 체제로 경영진을 개편하기로 했다. 한빛은행의 경우 대부분의 임원들이 지난해 선임된 탓에 임원인사 폭이 미미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최근 은행 안팎에서는 3~4명의 임원들이 교체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앞서 신한은행도 경영진 직제 개편과 함께 예상보다 큰 폭의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다. 국민은행도 이르면 이번주, 늦어도 내주 초에는 대대적인 임원인사가 단행될 예정. 최근 분위기가 반영돼 인사폭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돌고 있다. ◆ 은행장들 좌불안석(坐不安席) 위성복ㆍ김경림 행장에 이어 정부 영향권 하의 몇몇 은행장들이 추가 인사 대상이라는 설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 국책은행장의 경우 구설에 오르내려 곤욕을 치르고 금융당국과의 관계도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리가 불안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 대형시중은행장도 ▲ 개혁성향 부족 ▲ 정부와의 불화 등을 이유로 조기 퇴진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은행장 자리가 뒤숭숭하다. 정부가 막바지 구조조정 등을 명분으로 은행권 수뇌부에 추가로 메스를 들이댈 경우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전망이다. 성화용기자 이진우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