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FRB 금리 0.5%P 인하 배경·전망

美FRB 금리 0.5%P 인하 배경·전망 "美경기 중병" 진단 고강도 처방 지난달 31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한 것은 예상된 수순이었다. 일각에서는 0.75%포인트의 금리인하까지 점칠 정도였다. 그만큼 미국 경제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전일 발표된 소비자신뢰지수가 10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데다 이날 아침 발표된 4ㆍ4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증가율도 5년6개월만에 최저치에 머문 것으로 나타나자 0.75%포인트 인하설이 강력히 대두되었었다. FRB가 한달 새 금리를 1%포인트나 내린 것은 폴 볼커가 FRB의장이었던 지난 84년11월 이후 처음이다. 앨런 그린스펀 의장이 FRB를 지휘하기 시작한 87년이후 연속해서 0.5%포인트씩이나 금리가 움직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발표되는 경제지표는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recession)에 바짝 다가서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컨퍼런스 보드의 소비자신뢰지수는 10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4년만의 최저치를 기록했고, 12월의 제조업지수도 1.1% 하락했다. 미국 경제에 대해 아직까진 경기침체(recession)라는 용어가 적용되지 않고 있다. 경기침체는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것으로 정의되어 있다. 그러나 요즘 상황에 대해 경기침체에 바짝 접근해있다고 말하는 전문가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FRB의 공격적인 금리인하는 이 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이날 FOMC이후 발표된 성명서는 FRB의 관심사가 인플레에서 경기부양으로 완전히 돌아섰음을 잘 보여준다. 성명서는 "인플레가 억제되고 있는 가운데 (둔화되고 있는) 최근 경제상황에서는 과감하고 강력한 통화정책의 대응이 필요했다"고 금리인하의 이유를 밝혔다. 이날 성명서는 또 FRB가 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PNC파이낸셜 서비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스튜어트 호프먼은 다음 FOMC 이전에 임시회의에서 금리인하가 단행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전망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지난 주 상원 예산위원회 증언에서 현재 상황은 기업들의 과잉재고에 따른 문제가 주된 요인이고, 앞으로 3개월후면 과잉재고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3개월후면 경기가 되살아나는 'V자형'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이를 위해 공격적인 금리인하 정책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뉴욕 증시는 그린스펀 의장의 낙관대로 경기가 V턴할 것으로 보고있는 것 같다. 뉴욕 증시는 지난 3일 FRB가 금리를 전격적으로 인하한 이후 상승세로 돌아서기 시작해 나스닥지수의 경우 연초대비로는 15%, 지난 2일 대비로는 20%이상 급등한 상태다. 주가가 통상 6개월전후의 상황을 예고하는 지표라고 본다면 월가 투자자들은 올 하반기의 경기회복에 투자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경기하강국면이 하반기까지 지속되는 U자형이 나타날 것이라는 주장이 만만치 않고 일각에서는 내년까지 하락세가 계속되는 L자형까지 우려하고 있다. 미국 사상 최장인 10년간의 장기호황의 부산물이 잔뜩 쌓여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번 경기하강 국면은 종전 양상과 다르다는 주장이다. 무엇보다도 개인 및 기업의 부채규모가 10여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규모에 이르고 있는 게 취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일본이나 유럽 등에서 미국 경제의 하강국면을 상쇄할 만한 호황을 보여줄 가능성도 크지 않다. 일본은 여전히 불황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유럽도 미국과 같은 침체국면으로 빠져들지는 않고 있지만 세계 경제를 견인할 만한 힘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미국 경제가 V턴 또는 U턴 양상을 보일지, 아니면 L자형으로 가라앉을지 전세계가 초조하게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10년전 조지 W. 부시대통령의 부친인 부시대통령 당시 경기침체를 막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았던 그린스펀 의장이 조지 W. 부시의 집권 초반기에 경기침체를 방어해내기 위해 본인의 스타일과 어긋나는 과감한 금리인하를 통해 미국경제의 V턴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뉴욕=이세정특파원 bob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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