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미있는 선물 이야기] 해결사와 선물거래소

일반인들이 부산에 있는 선물거래소에 가보면 조금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첨단금융의 현장으로서 뭔가 그럴듯한 것을 기대해보지만 정작 선물거래소에서 불 수 있는 것은 복잡한 컴퓨터 시스템뿐이다.선물거래소는 위험을 사고 파는 일종의 시장이다. 위험을 상품으로 다루기 때문에 엄격하게 정해진 거래절차와 원칙을 생명으로 한다. 선물거래소는 이를 통해 투자자들이 부담스러워하는 위험을 효과적으로 회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일종의 해결사인 셈이다. 최근 일부 종금사들은 선물거래소를 해결사로 고용해 재미를 봤다. 자신들의 신용위험을 선물거래소의 달러선물상품으로 대체한 것이다. 종금사들은 IMF이후 신용도 추락으로 선물환 거래를 자유롭게 하지 못하고 있다. 선물환은 일정 기간후 정해진 환율로 달러화 원화를 교환한다는 계약인데 국내 종금사들은 아직 선물환 계약을 맺을 정도로 신용도를 회복하지 못한 것이다. 이에따라 일부 종금사들은 특정은행과 99년 12월물, 2000년 3월물 달러선물을 대량으로 거래하기 시작했다. 약속된 가격으로 선물 매수-매도 주문을 내는 블럭(BLOCK)거래를 한 것이다. 22일 현재 99년 12월물에 대한 종금사 전체의 매도 미결제약정은 3,644계약, 매수 미결제약정은 1,510계약에 달한다. 은행권의 매수미결제약정은 1,864계약이다. 선물거래소 밖에서 종금사와 선물환 거래를 꺼려한 은행이 선물거래소에서 달러선물 거래를 한 이유는 무엇일까. 선물거래소가 종금사의 신용위험을 대신해주기 때문이다. 만약 종금사가 결재를 못하더라도 선물거래소는 청산소(CLEARING HOUSE)로서 자금결재를 대행해 준다. 선물거래소는 종금사의 선물상품규모(포지션)을 매일 체크, 결재위험의 징후가 나타나면 즉시 포지션을 정리하도록 한다. 영국의 베어링 은행이 싱가포르 선물거래소에서 선물거래와 관련 대규모 손실을 입고 파산했을 때 외신들이 가장 먼저 타전한 것은『싱가포르 선물거래소의 청산능력은 안전하다』는 것이다. 선물거래소의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파생상품거래 자체가 불가능하다. /정명수 기자 ILIGHT3@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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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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