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3월 30일] 수출산업경기 조사 유감

"해외 경기가 워낙 나빠 향후 수출을 종잡을 수 없습니다."(화학제품 S사) "환율변동이 너무 크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환율 안정이 절실합니다."(전자부품 J사) "수출국의 경제상황, 시장 환경변화 등에 대한 빠른 정보가 아쉽습니다."(섬유 K사) 수출업계의 체감 경기전망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들었던 업계의 목소리다. 국제무역원이 분기마다 조사하는 수출산업경기전망(EBSI)의 방법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현재와 비교하여 다음 분기에 경기가 밝아질 것이라고 대답한 업체와 어두워질 것이라고 전망한 업체의 수가 같으면 지수가 100이다. 밝아질 것이라고 답한 업체의 수가 더 많으면 100 이상, 어두워질 것이라고 답한 업체의 수가 더 많으면 100 이하가 된다. 무역업계가 피부로 느끼는 경기를 쉽게 수치화한 것이다. 오는 2ㆍ4분기 전망은 66.1로 수출경기를 어둡게 전망하는 기업들이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지난 1ㆍ4분기의 33.4에 비해 하락폭이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효자 수출품목인 반도체ㆍ휴대폰ㆍ디스플레이 등의 수출이 약간씩 되살아난 것이 지수 상승에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 수출이 최저점을 찍고 회복세로 전환되었다고 평가하기에는 시기상조인 것으로 판단된다.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는 미국ㆍ유럽 등 선진국 시장의 수요 급감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러시아ㆍ동유럽ㆍ중남미 등 신흥시장의 수요 부진이라는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선박의 경우 올해 2월 수출실적이 작년 동기대비 50%가량 증가하는 등 호조세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새로운 선박 수주의 급감으로 인해 체감 경기가 최악의 수치를 보인 점도 주목해야 할 사항이다. 수출경기 악화가 1년 동안 지속된 지금의 상황에서 우리 수출기업은 경기호전을 기다리기보다 이제는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엔화 강세를 기회로 삼아 일본에 대한 수출 확대를 적극 모색하는 한편 해외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는 품목의 가격경쟁력 개선을 수출 확대로 이어지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다. 최근 강력한 내수부양 정책으로 수요가 꿈틀대고 있는 중국 내수시장을 겨냥한 수출확대 전략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과 함께 타결을 목전에 두고 있는 한ㆍ유럽연합(EU) FTA의 조기 발효는 수출부진 타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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